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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19일 토요일

100살이다 왜! - 후쿠이 후쿠타로, 히로노 아야코 (2014)

2005년 여름에도 난 이직을 했었다. 지금은 별세하셨지만 기계 분야의 상무님이 계셨는데, 아마도 60세 정도 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장 높은 연세의 분이 엑셀을 능숙하게 다루며 실무를 직접 담당하셨던 모습은 그 당시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후 직장인으로서 나의 롤 모델로 삼고 존경해마지 않았었다. 그분의 직장 생활은 70세 초반까지 이어졌고, 소식을 접할 때마다 존경심은 더욱 강해졌다. 존경심이 단지 그분의 연세만으로 생긴 것은 아니다. 그분의 일을 풀어가는 모습, 후배를 대하는 태도, 그리고 크게는 삶에 임하는 자세 등에 의한 것이었으리라.

이책의 주인공이신 후쿠이 후쿠타로님께서는 굳이 100세라는 나이를 강조할 필요가 느껴지질 않는다. 책...의 곳곳에서 느껴지는 이분의 긍정적이고 이타적인 인생관, (우주) 종교관, 생명관 등, 그리고 100년의 경험과 현재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들만 가지고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인생"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아무래도 이책의 키워드는 "시스몽디의 이타주의에 바탕한 이타심"이다. 전쟁, 대공황, 대지진, 고도성장기와 버블경제 붕괴 등을 경험하고 자식 둘을 여의는 인간이 갖을 수 있는 가장 큰 불행과 고통을 겪고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인생"을 100년 동안 타인을 위하며 긍정적으로 살았다는 것이다. 낙천적이고, 스트레스 받지 않으며, 겸손하고, 유쾌한 이타심인 것이다.
제일 흥미를 느꼈던 부분은 "죽으면 無가 된다"는 (우주) 종교관 또는 생명관이었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영혼 따위는 없는 이분의 믿음은 나의 그것과 거의 100% 일치한다. 무엇이 있겠는가? 그냥 "無"일 뿐이지. 이는 우주의 광대함 앞에서 보잘 것 없는 인간의 겸손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또 다른 작가는 "우주의 규모로 사물을 생각한다"라는 멋진 표현으로 해설한다.

이분의 이야기가 크게 와닿는 것은 비슷한 생명관과 인생관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100년의 인생 동안 직접 겪어온 경험에 근거한 이야기기 때문이다. 어느 누가 100년의 경험에서 오는 가르침을 거역할 수 있겠는가. 이책이 쓰여진 것이 2013년이었으니, 올해는 104세. 아직도 건강하게 살아계신다고 믿고 싶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십시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579441

2017년 2월 3일 금요일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 김정운 (2009)

이 도발적인 제목을 가진 책의 작가는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이다. 아침방송에서 아주머니들과의 토크가 더 어울리는, 장난기 가득해 보이는,  곱슬머리의 키작은 분 정도가 이책을 읽기 전 가졌던 이 분에 대한 이미지였다. 책을 읽고난 지금, 이 분은 말 그대로 "감탄"할 만한 분이다. 에필로그에서 본인이 직접 설명한 것과 같이 이 분은 "제대로 공부한 문화심리학자"임을 확실하게 알았고, 이 책 또한 "간단한 말장난이 아닌 깊은 학문적 성찰의 결과"임을 부정할 수 없다.

책의 내용은 그 제목과 사뭇 다르다.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할 일도 없고, 철이 들어도, 들지 않아도 상관없다. 책에서는 사는게 재미없는 중년의 남성들에게 잘 놀아야 하고, 재미있게 살아야 하고, 행복해야 한다고 몰아친다. 탄탄한 학문적 배경에 유쾌한 글솜씨까지 더해져 이 책을 읽는 것 만으로도 재미와 행복을 가질 수 있다. 독서의 재미와 행복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 고마운 책이고, 이 분의 다른 책들도 부지런히 찾아 읽겠다는 욕심이 자연스러워진다.

http://book.naver.com/search/search.nhn?query=%EA%B9%80%EC%A0%95%EC%9A%B4

책의 분위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하다. 작가의 경험 및 에로틱한 농담들과 완전히 반대되는 학문적 뒷받침 및 공감가는 조언들이 균형있게 등장한다. 기본적으로 아주 재미있는 책이고, 가장 큰 키워드는 "행복"이다. 주된 내용들은 왜 그렇게 많은 부장님들이 쉽게 짜증을 내고, 입꼬리가 처져있고, 불쌍하게 느껴지는지에 대한 설명과 처방이다. 어느덧 50을 바라보는 중년의 나이, 5년 전 제주 생활을 시작하면서 느낀 행복,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회사에서의 스트레스 등 내 경우가 그대로 보여진다. 이러한 "공감" 또한 책의 재미를 몇 배로 불려주었다.

몇가지 기억에 남는 챕터들 내용을 정리해 본다.

"어느 날부턴가 김혜수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 사는 게 재미없기 때문에 생긴 남자들의 집착에 대한 얘기다. 큰 가슴, 마라톤, 폭탄주, 스킨쉽의 네가지다. 나는 몇가지에 해당하는가?

"망각할수록 삶은 만족스러워진다" - 기억력이 감퇴하고 논리적 판단능력이 사라지는 노화 현상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자. 망각하는 만큼, 우리 삶은 만족스러워지고 있다.

"아, 그렇다. 그런데 그게 도대체 어쨌단 말인가" - 30년간 잘못 알아온 세계문학전집에서의 독백. 분명 나도 그런 것이 있을진대, 그게 도대체 어쨌단 말인가. 앞으로 이 말이면 스트레스 받을 일이 80%는 사라질 것이다. 최근 받는 회사 동료와의 스트레스도 평소 내가 좋아하는 말로 날려버리자. "뭐 어쩌라고"

 "잘 보라, 독수리오형제는 절대 형제가 아니다" - 지구를 지키는 일은 삶의 재미와 놀이를 통한 정서공유, 의사소통을 통한 존재 확인의 과정이 생략된 이들의 것. 이야기가 없는 삶은 삶이 아니다. 자신에 관해 이야기하자. 제주에 사는 이유인 것 같다.

"식욕, 성욕은 인간의 욕구가 아니다" - 도대체 왜 사는가? 행복하려고 산다.


나이탓이기도 하겠지만 최근들어 손이 가는 책들은 "행복"에 관한 것들이 많다. 아직 충분히 행복하지 못한 것인가? 목표는 분명하다. 행복하게 살자. 좀 미안하지만, 가족이나 친구, 동료들이 다같이 행복할 수 없다면, 나라도 행복하게 살자.

2011년 6월 4일 토요일

The Third Age, 6 Principles for Growth and Renewal after Forty – William Sadler (2000)

얼마전 여행에서 배우는 삶”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접하였습니다. 동아일보의 조성하 여행전문기자가 “ Travelogy for Third Age“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하였습니다. 강연의 주된 내용은 40대 이후의 새로운 인생에 대한 것이고, 그 새로운 인생으로 가는 중요한 역할을 여행이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갓 40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The Third Age라는 40대 이후의 2차 성장기에 대한 내용에 큰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도서관에서 같은 주제어로의 검색해 보았습니다. 바로 같은 제목 그대로의 책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갖는 40대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20대 중반을 전후해 대학을 졸업한 후 직장을 갖게 되고 몇 년 후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고, 자식을 하나, 둘씩 갖습니다. 그리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사회적인 성공을 위해 뒤돌아볼 시간도 없이 앞으로만 나아가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요? 세상은 점점 빠르게 변하고, 모든 면에서 안정되길 바라지만 멀게만 느껴집니다. 11년 지날수록 2, 30대에 가졌던 희망들은 희미해져 가고, 정점을 느끼지도 못한 채 앞으로의 인생 하강기만을 걱정만 하고 있지는 않나요?

책에서는 40대로부터 약 30년간을 2차 성장을 통해 자기실현을 추구해나가는 시기로 정의합니다. 작가는 특히 이 시기를 평균 수명의 연장과 함께 “30년의 인생 보너스로서의 의미를 부여합니다. 이는 40대에 인생의 정점이 지나고 모든 면에서 점점 쇠퇴하면서 노화하는 성인기의 일반적인 삶을 뛰어 넘어, 또한 단순히 성장기의 연장이 아닌, 2차 성장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성장을 통해 인생의 후반에 새로운 정점을 만들기 위한 재탄생의 시기로 바꾸어 내는 발상의 전환입니다. 위에서 생각해 본 일반적인 40대의 암울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좋은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다.

참고로 이 책의 기본이 되는 생애 구분은 최근 유럽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하며,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First Age (1연령기): “배움을 위한 단계로 태어나서 학창 시절까지의 시기로 학습을 통해 기본적인 1차 성장이 이루어 짐. (10대에서 20대 초반까지)
2.    Second Age (2연령기): “일과 가정을 위한 단계로 1차 성장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생산성을 발휘하고 사회적으로 정착 생활을 하는 시기. (2, 30)
3.    Third Age (3연령기): “생활을 위한 단계로 1차 성장과는 다른 2차 성장을 통한 일종의 자기실현을 추구해나가는 시기. (40대에서 70대 중후반까지)
4.    Forth Age (4연령기): “노화의 단계로 노쇠의 징후가 늘기 시작하는 하강기. (하지만 이때는 성공적인 노화를 의미하는 또 다른 정의가 가능)

그럼 2차 성장은 어떻게 가져올 수 있을까요? 책에서는 마흔 이후, 인생의 새로운 성장을 위한 6가지 원칙을 제안합니다. 이 원칙을 대표해서 설명하는 단어는 역설입니다. 즉 삶에서 마주치는 핵심적인 역설적 요소들, 언뜻 보면 대립되는 요소들을 서로 균형 맞추어 통합하고 이를 실생활에 접목시킬 때 드러나는 원칙들인 것입니다. 6가지의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괄호 안의 내용은 저의 개인적인 생각들입니다.)

1.    중년의 정체성 확립하기 (2, 30대에도 누구나 정체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새롭게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은 2, 30대의 정체성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일 겁니다.)
2.    일과 여가활동의 조화 (어떻게 보면 일에 대한 사회적 성공은 이제 어느 정도 포기하고 인생을 즐기기 위한 새로운 도전 과제를 찾아보는 것으로 생각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즐겁게 버릴 것은 버리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볼 수 있다면 행복한 40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3.    자신에 대한 배려, 타인에 대한 배려의 조화 (그 동안 가족과 성공을 위해서 달려왔다면,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함으로써 자신을 배려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해오던 타인에 대한 삶과도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겁니다.)
4.    용감한 현실주의와 낙관주의의 조화 (희망적인 메시지로서의 낙관주의는 2차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입니다. 하지만 이는 2, 30대의 철없음이 아니라 냉정한 현실 평가에 기반을 두어야 합니다. 현실적 낙관주의가 필요한 것입니다.)
5.    진지한 성찰, 과감한 실행 (가장 어렵고 철학적인 원칙인 듯합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실행력이 더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난 무엇을 해야 하나,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6.    개인의 자유와 타인과 친밀한 관계의 조화 (나를 둘러싼 가족과 저에게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2차 성장뿐이겠습니까? 평생 성장이 필요합니다.)

인터넷으로 “40를 검색해보니 “40대 남성들의 현실적인 위기”, 40대 가장의 돌연사, 남자 나이 40대는 제2의 방황기 등 좋지 않은 어감들의 기사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하지만 “40대 서점가 삼매경이라는 기사에서는 최근 40대의 도서구매율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실이 많은 40대 분들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뭔가 새로운 인생을 준비한다는 뜻이 아닐까요? 새로운 정체성을 정립하지 못하고 한 방향만의 목표를 두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무모한 40대보다는 나만의 새로운 인생 정점을 꿈꾸고 앞으로의 30, 아니 60년 이상을 꾸준히 준비해가는 현명한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분명 필요한 것은 돈과 시간이 아니라 용기와 여유일 것입니다.

2011년 5월 29일 일요일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 - 장하준 (2010)

이 책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장하준의 2010년 작으로, 지난 30년 간 전 세계 경제의 주류였던 자유시장정책에 대한 비판서입니다. 비록 제가 경제학 분야에는 문외한이지만, 워낙 유명한 분의 책일 뿐만 아니라 이미 베스트셀러로 판매량에서 돌풍을 일으킨 책이라서 선택해 보았습니다. 특히 케임브리지 대학의 교수라는 무게감에 더 큰 책에 대한 기대가 들기도 하였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 자연스럽게 인터넷으로 장하준 교수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검색 결과 인상 깊었던 점은 장하준 교수의 집안 내력이었습니다. 독립운동가인 할아버지를 비롯하여 아버지는 국회의원, 동생은 런던대 교수, 삼성전자 소액주주 운동으로 유명한 장하성 교수와는 사촌지간 등 가족들의 면면들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수재집안이라는 언론의 기사들도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장하준 교수는 이런 집안에서 자라 서울대를 졸업하고 케임브리지 대학으로 유학간 후, 4년 만에 석사와 박사를 모두 받고 27세에 최연소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 교수가 되었습니다. 인터넷의 내용들을 하나하나 볼 때마다 책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장하준 교수는 이미 여러 권의 책을 출판했습니다. 2004사다리 걷어차기”, 2005쾌도난마 한국경제”, 2007나쁜 사마리아인들등이 잘 알려진 책들입니다. 이들 중 특히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국방부가 선정한 불온서적으로 지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학술원에서 우수 학술도서로 선정되는 등 다양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도 출판된 후 줄곧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사실 책의 내용에 대해서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에게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또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여러 언론에서 다양한 비평을 내놓았으며, 일반 독자들의 수준 높은 비평 역시 다양했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며 양쪽의 논리를 즐기는 것도 이 책이 주는 색다른 재미일 것입니다.

이 책의 주제는 자본주의 이론 중 하나인 자유시장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서론 부분에 명료하게 제시되어 있습니다. 첫머리에서 2008년의 금융위기의 원인은 1980년대부터 세계를 지배해 온 자유시장 이데올로기라고 규정합니다. 자유시장 이데올로기란 지난 30여 년 동안 대부분의 나라들이 추진한 경제정책으로 간섭을 최소한으로 하여 시장이 알아서 가장 효율적이고 공정한 결과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이론으로 소개합니다. 공기업과 금융기관들의 민영화, 금융 및 산업부분의 규제 철폐, 국제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 등의 방식으로 추진되는 이 정책으로 인해 겉으로는 세계경제가 발전해 온 듯 하지만, 실제로는 성장 둔화와 불평등, 불안정이 심화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여 궁극적인 금융위기의 원인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세계경제의 엄청난 퇴보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더 부유한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자유 시장주의자들의 왜곡된 논리를 그들이 말해 주지 않는 자본주의에 관한 중요한 진실들로 규정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은 23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주제별로 첫머리에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부분을 두어 자유시장정책의 논리와 그에 대한 반론과 비판을 각각 정의합니다. 그리고 사례를 통한 부연 설명과 장하준 교수의 주장들을 펼칩니다. 주제별로 한 페이지 정도의 첫머리 부분만을 읽어도 자유시장정책이란 이런 것이구나, 이래서 문제가 있구나 하는 공부가 되는 느낌입니다. 전체적으로는 경제학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갖게 해줍니다. 하지만 서술형의 문장이기 때문에 이론적인 공부를 체계적으로 시켜주지는 않습니다. 서론에서 장하준 교수는 이 책의 수준에 대해 일반인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 동시에 고급 경제학 서적에서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이론에 대해 의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고급 경제학서의 수준을 넘는다고 평가합니다. 즉 초보자를 위한 경제학 입문서는 아니며 그보다 더 좁으면서도 동시에 그보다 더 넓은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는 읽기 전에 가졌던 기대감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꽤 많은 부분에서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논리적인 비약과 근거 자료들이 선택적으로 취사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많은 나라들의 경제성장률만을 근거로 논리를 내세운다는 점은 제가 비록 경제학에 대한 지식도 경험도 없지만 크게 설득력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우리는 탈산업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교육을 더 시킨다고 나라가 더 잘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등도 그렇습니다. 자유시장정책이 무조건 잘못되었다는 논리보다는 자유시장정책과 계획경제의 장점을 서로 보완해야 한다는 논리가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요? 어쨌든 세계경제 전체의 흐름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는 없는데 후진국을 위한 경제 논리가 주류로 될 수 있는 현실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우리 나라도 계획경제를 중심으로 발전하여 왔지만, 이제 세계 약 15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현실에서는 자유시장정책으로 방향을 돌리는 것이 국익을 위해서 당연한 논리가 아닐까요?

하지만 이런 생각은 책의 뒷부분에 가면서 많이 달라졌습니다. 어쩌면 장하준 교수가 뒷부분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앞부분에서 약간의 과장을 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Thing 19”부터 마지막의 “Thing 23”까지는 큰 공감을 가졌으며, 특히 “Thing 20, 기회의 균등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에서는 소외된 계층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이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에도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결론에서는 그 동안의 경제 방식을 완전히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위한 8가지 원칙을 제시합니다. 어쨌든 자본주의를 포함한 세상의 어떤 이론이라도 장점과 단점을 함께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또한 서로의 입장에 따라 그러한 장점과 단점이 서로 반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자유시장정책이든 계획경제정책이든, 보수이든 진보이든 당연히 장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하나의 정책이 더 우수하다는 잘못된 생각은 버리고 최선책, 차선책을 찾아 나가는 능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논리적이고 건강한 비판을 통한 대화가 가능한 더 큰 문화를 만드는 것이 우선입니다.

2011년 5월 6일 금요일

Life Lessons (인생수업) - Elisabeth Kubler-Ross, David Kessler (2000)

이 책의 저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Elisabeth Kubler-Ross)는 인간의 죽음에 대한 연구에 일생을 바친 정신의학자로 세계 최초로 호스피스 운동을 일으킨 분입니다. 또 한 명의 저자인 데이비드 케슬러 (David Kessler)는 그녀의 제자로 미국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로 평가됩니다. 그들은 함께 죽음 직전의 사람들과 대화하며 죽음을 연구하고 죽음을 통해 "인생에서 꼭 배워야 할 것들"을 여러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해 주었습니다.

작가에 대한 소개와 책 표지에 있는 짧은 카피들 ("인생과의 작별을 눈앞에 둔 101명이 말하는 삶에서 배워야 할 것과 삶이 가르쳐 주는 것",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하라" 등)은 책을 읽기 전에 어떤 선입관을 갖게 합니다. 죽기 전에 사는 동안 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에 대해서 후회를 하고, 따라서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을 꼭 해야 한다 등과 같은 생각들입니다. 실제 책의 내용도 단순히 생각하면 그러한 선입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책 속에는 다양한 죽음들과 그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존경스러운 삶들이 있습니다. 단순히 죽음을 앞둔 후회에서 오는 교훈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하나의 과정을 마감하고 새로운 시작을 앞둔 사람들의 위대한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즉 작가의 말대로 "죽음과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책이 아니라, 삶과 살아가는 일에 대한 책"인 것입니다.

이 책이 미국에서 출판된 것은 2000년으로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한국어로 번역된 해도 2006년으로 출판 년도에 비해 상당히 늦었을 뿐만 아니라 거의 5년이 지났습니다. 개인적으로 좀 우스웠던 것은 이 책이 제 방 책장에 2006년부터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상하게도 거의 5년 동안 눈에 띄지 않다가 2011년이 되어서야 우연히 읽은 책이 이렇게도 큰 감동을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습니다. 또 하나의 우연은 이 책을 읽던 중에 아버지가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다행이 초기라서 치료가 잘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때문에 더 큰 감동을 받았을 수도 있겠지만, 반드시 그런 이유만은 아닙니다. 이 책에는 정말 나의 삶을 생각하게 하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책은 모두 10개의 부분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구분은 크게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이야기가 물흐르 듯이 비슷한 분위기로 이어집니다. 물론 각 부분이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어쩐지 읽고나면 같은 이야기를 계속 읽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 현실의 삶을 자기 자신으로 살지 못하고 가면과 역할들에 가려져 있다고 말합니다. 진정한 자신이 된다는 것은 감추고 싶은 자아의 어두운 부분까지도 포함해서 자신의 인간적인 자아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찾는다는 것은 필요없는 부분을 깍아내어 원래 대리석에 들어있던 조각상을 꺼냈을 뿐이라는 미켈란젤로의 대답과 같이, 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불필요함을 버림으로써 온전한 자신을 꺼내는 것입니다.

2. 사랑 없이 여행하지 말라: 조건없는 무조건적인 사랑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 한 예로 어린 아이들이 부모에게 주는 사랑을 듭니다. 보통 부모들의 사랑이 조건없다고 생각이 들지만, 이 책에서는 부모들이 아이의 웃음이나 좋은 성적, 말 잘 듣는 것에 대해 보상을 해줌으로써 사랑에 조건을 다는 법을 가르칠 뿐이라고 합니다. 또한 자기애에 대해서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우리 주위에 언제나 있는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그리고 모든 장벽을 없애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3. 관계는 자신을 보는 문: "상호작용"으로서의 관계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관계란 배우자나 가족, 몇몇 친구들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맺어지는 것입니다. 관계에는 "나 자신"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즉 관계를 통해 나 자신을 볼 수 있습니다.

4. 상실과 이별의 수업: 개인적으로 이 책의 하일라이트라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부모님의 죽음과 같은 큰 일에서부터 작은 소지품을 잃어버리는 작은 일까지 많은 상실과 이별의 경험을 갖습니다. 상실을 경험하고 치유하며 삶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종합병원에는 하루에도 몇 명이 죽어 나가는 암병동이 있는가 하면, 새 생명이 시작되는 신생아실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겠습니다.

5. 아직 죽지 않은 사람으로 살지 말라: 인연, 우연, 감사, 용서 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중요한 것은 재산이나 학위 등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가슴 뛰는 삶을 위하여", "영원과 하루", "무엇을 위해 배우는가", "용서와 치유의 시간", "살고 사랑하고 웃으라" 등의 부분에서 다양한 삶의 교훈들을 이야기해 줍니다. 이 책을 번역한 류시화 시인은 죽음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삶의 과목을 사랑, 관계, 상실, 두려움, 인내, 받아들임, 용서, 행복 등으로 정리했습니다. 그리고는 "살고 Live, 사랑하고 Love, 웃으라 Laugh. 그리고 배우라 Learn. 이것이 우리가 이곳에 존재하는 이유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몇 개의 단어들이 이 책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들일 것입니다.

2011년 4월 16일 토요일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 - 이민규 (2005)

이 책은 아주대학교 심리학교수 이민규박사의 인간관계에 대한 지침서입니다. 초등학교 교과서처럼 좋은 대인관계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내용들을 쉬운 문장으로 설명합니다. 책을 잘 읽지 않는 분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책은 각각 소제목을 둔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모든 선택에는 반드시 끌림이 있다"의 첫 만남, "끌림을 유지하는 1%의 차이"의 관계의 발전, 그리고 "끌리는 사람은 이렇게 관계를 유지한다"의 지속되는 만남, 이렇게 세 부분입니다.

이 책에서 알려주는 좋은 인간관계를 위한 방법들은 사실 전혀 새로운 것들은 아닙니다. 살아오면서 어디선가는 한번씩 들어본 내용들입니다. 즉 첫인상, 칭찬, 웃음, 눈치, 인정, 경청,  사과, 감사 등이 주요 내용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당연한 내용들을 심리학적 실험과 사례를 통해서 지루하지 않게 설명합니다. 책의 맨 처음에 나오는 첫인상을 "닻내리기 효과 (Anchoring Effect)", "초두 효과 (Primacy Effect)", "맥락 효과 (Context Effect)" 등의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설명하는 식입니다. 동시에 실험결과도 덧붙입니다. 공중전화 반환구에 미리 동전을 넣어두고, 통화를 끝낸 사람이 그 동전을 주머니에 넣으면 그때 다가가서 "제 동전이 거기 있었을텐데 혹시 보지 못했습니까?"라고 물어봅니다. 이때 실험보조자이 각각 정장과 허름한 복장을 입었을 경우 정장 차림의 실험 보조자들에게 동전을 돌려주는 경우가 허름한 차림에 비해 두 배나 많았다는 실험결과입니다. 이러한 내용으로 어떤 주제이든지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재미있는 구성도 있습니다. 각 부분의 첫머리에 10개의 문항을 두어 독자의 인간관계 성향을 체크하게 합니다. 해당하는 문항이 적으면 그만큼 인간관계가 좋지 못한 상황으로 행동과 태도의 변화를 요구합니다. 반면에 해당하는 문항이 많으면 책을 읽을 필요도 없이 지금대로만 생활하라고 합니다. 불행하게도 저에게 해당하는 문항이 많지 않아서 책을 열심히 읽어야 했습니다.

에펠탑에 대한 일화도 재미있습니다. 에펠탑의 설계도가 발표되었을 때 에펠탑의 천박한 이미지에 많은 시민들이 건립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합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20년 후에는 철거하기로 약속하고 건설을 강행하였습니다. 에펠탑이 건립된 후에도 에펠탑 철거를 위한 "300인 선언"이 발표되기도 했고, 20년 후에는 철거 논의가 거세졌지만 탑 꼭대기의 전파송출장치 덕택에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과정을 겪었던 에펠탑이 프랑스인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파리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저자는 이에 대한 이유가 좋든 싫든 눈만 뜨면 에펠탑을 봐야만 했기때문에 단지 자주 보는 것만으로도 호감이 증가하는 현상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자주보면 좋아지고, 만나다보면 친해진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많은 동감을 가졌던 내용은 "함께 밥 먹고 싶은 사람이 되라"와 "관계를 알리고 싶은 사람이 되라"입니다. 우리는 평범한 관계의 다른 사람과 헤어질 때 습관적으로 "다음에 식사나 한 번 하시죠"라는 말을 참 많이 합니다만 실제로 약속을 잡고 식사를 함께 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반대로 영업 등을 목적으로 누군가와 함께 식사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꽤 많은 노력을 들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와 식사를 함께 한다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참으로 중요한 일입니다. 내가 먼저 찾지 않아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식사를 함께 하자는 말은 많이 듣는다면 인간관계가 좋은 행복한 분들일 겁니다.

또 우리는 대화 중에 다른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 정치인, 나와 군대 동기야", "그 선수, 우리 고향 출신이야", "그 탤런트, 우리 학교에 다녀" 등 저명인사나 인기 연예인들과 친분이 있다고 말하거나 그런 사람들과 대면했던 일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즉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 힘 있는 사람, 인기있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어떻게든 자기와 연결시키려 애를 씁니다. 새로운 프로젝트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어떤 학교 출신인지, 어떤 회사 출신인지, 어떤 프로젝트에서 근무하였는지, 함께 아는 사람들은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심리도 모두 비슷하지 않을까요? 내 주위의 사람들이 내가 없는 곳에서 나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자주 한다면 분명히 성공한 인간관계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인간관계를 두려워한 적이 많았습니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고민도 많았었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었습니다. 반면에 좋은 인간관계를 얻고자 혼자만의 노력도 했었습니다. 이 한 권의 책으로 많은 것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분명히 얻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제 인간관계의 문제점을 찾았다는 느낌입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한 증권회사 직원들의 설문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직장 상사들은 조그만 손해도 안 보려는 "개인주의자"들을 최악의 직원으로 꼽았고, 부하직원들도 책임은 지지 않고 공만 챙기려는 "얌체" 상사를 꼴불견 1위로 꼽았다고 합니다. 저자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자기 이익만 챙기는 얌체", "남에게 받기만 하고 베풀 줄 모르는 빈대같은 사람"을 최악의 친구로 꼽았다고 합니다. 저도 개인주의적 성향이 많지 않았나 반성하게 됩니다. "Take & Give"가 아닌 "Give & Take", 즉 먼저 베풀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변화할 때 진정 끌리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겁니다.

2011년 2월 4일 금요일

이기는 습관 - 전옥표 (2007)

제목부터 참 강한 책입니다. "좋은 습관"도 아니고, "행복한 습관"도 아니고, "이기는 습관"입니다. 제목과 같이 1등 조직이 되기 위한 크게는 6가지, 세부적으로는 22가지의 "이기는 습관"을 제시해주는 책입니다. 작가인 전옥표 대표는 (주)에스에이엠티유의 대표이사 사장이며, 삼성전자의 상무이사 출신으로 "애니콜, 파브, 지펠, 하우젠 등의 마케팅 성공신화를 일구어낸 주역"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또한 "역동의 현장만을 따라 다니며 현업의 전쟁터에서 승리를 이끈 명장"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왠지 삼성전자의 임원 출신이라면 "이기는 습관"이 몸에 배어 성공을 위한 강한 추진력을 소유하고 계신 분일 것만 같습니다.

작가에 대한 소개와 함께 책표지에서는 이 책을  "승리하는 방법, 골을 넣는 방법, 실전의 싸움에서 성공을 맛보는 방법"에 대한 가장 현실적이며 실용적인 해법서"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책에 대한 소개 문구들로 말미암아 책을 읽기 전부터 큰 기대를 가졌습니다. 학교다닐 때부터 분명히 상위권에는 있었지만 한 번도 1등이 되어 본 경험을 갖지 못했던, 직장에서도 인정받고는 있지만 또 무엇인가는 부족하게 느껴지는 저와 같은 사람들이 갖지 못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무엇인가에 대한 기대였습니다.

책의 세부적인 내용에는 저의 기대감을 채워줄 수 있는, 즉 1등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로 저에게 새겨진 내용은 "긴장감이 사라지면 몰락이 시작된다"이었습니다. 조직에 긴장감을 주기 위해 때로는 없는 위기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리더의 일이라고 설명합니다. 두 번째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해라"입니다. 마쓰시다 전기를 창업한 경영의 신 마쓰시다 고노스케의 세가지 은혜 (가난, 허약, 무학), 페니실린을 발견한 플레밍의 열악한 연구실, 어느 패션계의 여사장의 능력없는 부모 등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는 "조직이 직원에게 해줄 수 있는 최상의 복지는 지독한 훈련이다" 입니다. 얼마전 읽었던 한미파슨스 김종훈 회장의 "우리는 천국으로 출근한다"에서도 회사가 주는 최고의 선물은 무자비한 훈련과 교육이라는 비슷한 말이 있었습니다. 사실 직원에 대한 교육과 훈련은 직원들과 회사가 함께 발전하고 또 발전을 지속하기 위한 필요조건일 수 있습니다.

승리를 위한 좋은 지침은 계속 이어집니다. "언제나 준비된 사람, 단정함으로 무장하라". 징기즈칸의 제국 건설의 기틀이 몽골군의 잘 정비된 개인 장비로부터 이루어졌다는 설명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자가 결국은 큰 일을 이룬다"입니다. 작가는 하우젠 브랜드의 대성공이라는 개인적인 사례를 들며 집요함이 이 책에의 다른 이기는 습관보다도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 외에도 "이기는 사람은 자신의 실패를 떳떳이 인정하고 공개한다", "인간에 대한 첫 번째 예의, 인사", "웃음은 생명줄과도 같다", "성실없이 진정한 성공은 불가능하다" 등과 같이 1등을 위한다기 보다는 인간적인 삶에 도움이 되는 내용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지침들에도 불구하고, 책의 2/3 정도 읽었을 때부터 무언가 좀 다른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중, 고등학교 시절 부모님께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심하게 들었던 것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 하고,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그리고 노는 것은 대학 간 뒤에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잔소리말입니다. 이 책은 1등이 되기 위한 습관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왜 1등을 해야 하는가가 아닐까요. 1등을 하면 행복할 수 있는걸까요. 흔히 하는 얘기처럼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더 많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1등이 되기 위한 전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기업을 1등으로 만들기 위한 개인의 희생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다른 회사들보다 연봉 얼마를 더 주고, 임원이 되어 업그레이드된 인생을 살 가능성이 있고, 부모 말씀 잘 들어서 좋은 대학 나와 좋은 회사에 취업하여 자부심을 갖을 수 있다는 사실들이 행복을 위한 조건들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아래 직원들의 희생을 밟고 일어나 임원이 되고, 그 후에도 오로지 실적만으로 평가되는 냉정한 현실에서 과연 인간적인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요?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고성장 시대의 패러다임을 인간적인 감성을 반영할 수 있는 서비스 중심의 행복 추구라는 패러다임으로 바꿔야만 할 것입니다.

앞서 저의 마음 속에 새겨진 내용으로 소개드렸던 "긴장감, 어려운 환경, 지독한 훈련, 단정함, 집요함" 등은 역으로 생각하면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는 단어들입니다. 1등, 행복, 성공에 대한 다양한 기준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부터 인정하고 새로운 의미를 정립해야 할 것입니다. 평균 이상을 하면 1등은 되지 못하지만 칭찬받을 수 있는, 그리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가치관이 형성된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발전하지 못하고, 다시 먹고 살기 힘든 세상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론 당장의 발전 속도가 늦어질 수는 있겠지만 먼 미래를 본다면 급할 수록 돌아가는 지혜가 필요하겠습니다.

책의 중간에 이런 표현이 나옵니다. "목표는 원대하게, 과정은 철저하게, 평가는 냉정하게". 1등이 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목표는 현실적으로, 과정은 효과적으로, 평가는 후하게" 해서 1등하지 않고 2등, 3등 혹은 평균 이상만 하면 어떻겠습니까? 분명히 세상에는 1등과 꼴찌만이 있지 않습니다. 누구나 개인이 가진 역량에서 최선의 노력을 하고 그 결과에 대해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가치관을 키워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1등이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때로는 규칙을 어기고 바꾸려 하는 삶보다 20등, 30등을 해도 인생의 또 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있고 이로 인해 행복할 수 있는 삶을 그려 봅니다.

2011년 1월 23일 일요일

Whale Done!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 Ken Blanchard 외 3인 (2002)

몇 년전에 라디오 등에서 참 많은 광고를 들었던 책입니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저렇게 대규모의 광고를 하나라는 생각으로 관심을 가졌었지만, 이제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우선적으로 이 책은 간단한 구성과 명쾌한 내용전달이 특징입니다. 집중만 한다면 몇 시간 내에 모두 읽을 수 있는 정도입니다.

책의 내용부터 정리해보겠습니다. 애틀란타에 사는 대기업 영업부서에 근무하는 웨스는 회의 참석을 위해 올란도에 왔다가 씨월드의 범고래쇼를 관람하게 됩니다. 범고래쇼에서 큰 감명을 받은 웨스는 범고래의 조련 방법을 궁금해하여 조련사 데이브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하게 되고, 이것이 발전되어 데이브의 친구이자 유명한 경영 컨설턴트인 앤마리의 강연을 듣게 될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웨스는 범고래를 조련이 가능한 방법이 다름 아닌 조련사와 범고래 사이의 긍정적인 관계 형성이며 또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과정에 대한 칭찬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후 웨스는 이를 가정생활과 회사생활에 적용하여 가족 및 직원들과의 관계개선뿐만 아니라 직장에서의 실적도 높이게 됩니다. 물론 회사에서는 아래 직원과 상사의 반대도 있었지만 실적에서의 성공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쉬운 원리이고 방법입니다. 상대방의 잘못된 행동에는 못 본척 눈감아주거나 다른 행동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잘된 행동에는 반드시 칭찬하여 상대방을 기분좋게 하여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중간 중간마다, 책의 내용과는 정반대로, 긍정적이기 보다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많이 들었습니다.

우선 직장에서의 적용에 대하여, 제가 다녔던 회사들에서의 많은 경험들이 떠오릅니다. 윗분들의 의지를 받아들여 아랫사람들을 질책하는 것이 일반화된 대기업에서 높은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점점 더 치열한 경쟁을 통과해야 하는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과연 이 책의 방법들이 현실적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물론 책에서는 웨스가 "고래 반응"을 직장에서 적용하는 과정에서의 내부 반발을 대화와 실적으로 극복했습니다만, 실적이란 "고래 반응" 한 가지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 것입니다. 또한 2세, 3세 경영인도 아니고 부장, 이사 정도의 중간 관리자 입장에서 개인의 자리를 걸고 새로운 모험을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도 참 드물 것입니다. 저의 이런 생각이 용기 부족한 자의 "뒤통수치기 반응"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가족을 비롯한 모든 개인의 인간관계에 대해서, 타인의 잘된 행동을 발견하고 이를 칭찬할 수 있는 자세는 이 책에서 반드시 배워야 할 부분입니다. 책에서 처럼 명쾌한 인과관계로 칭찬 = 성공이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겠지만, 칭찬을 통해 건강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건강한 인간관계는 책 한 부분의 소제목인 "인간관계가 최고의 경쟁력이다"에서 나타난 것처럼 개인의 가장 중요한 바탕을 이루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제가 책에서 얻은 중요한 교훈은 좀 다른 곳에 있습니다. 바로 가정에서의, 직장에서의, 그리고 모든 인간관계에서 본인이 해야할 의무 사항들을 즐겁게 완수해야만 내가 칭찬받을 수 있는 일들이 생길 것이고, 칭찬을 해주는 상대방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말로 직원들에게 좋은 대우와 많은 복지를 제공하는 회사의 구성원들은 당연히 개인적 노력을 통한 탁월한 능력으로 더 많은 실적을 회사에 공헌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맹목적인 칭찬을 통한 "타인의 조련"보다는 상호 간에 이루어지는 "공명"을 통한 건강한 관계 형성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책에서 주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것들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할 것입니다.

2011년 1월 15일 토요일

Google Speaks - Janet Lowe (2009)

검색 홈페이지를 구글로 바꾸고, 개인 메일을 지메일로 바꾼 지 한 2년이 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이전에 쓰던 네이트에 비해서 많은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간결한 인터페이스와 검색결과에 대한 다른 분류체계 등이 영 적응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용자들이 좋다고 하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계속해서 사용을 했습니다. 과연, 한두달이 지난 후에는 오히려 주변 사람들에게 구글의 편리함에 대한 홍보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구글의 팬이 되었고 스마트폰도 당연히 안드로이드로 선택을 했습니다.

이 책을 읽은 후 지금, 구글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갖습니다. "첫째,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사용한다면 좋아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이다. 둘째,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 외에 참 다양한 사업을 하는 회사이다. 세째, 또다른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성공한 회사이다. 마지막으로, 구글은 참 무서운 회사이다." 등입니다. 이 책의 한국어 부제는 "전 세계 선망과 두려움의 기업"입니다. 이처럼 책의 내용을 잘 표현해주는 부제는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책의 시작은 Google Guys라 부르는 두 명의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 (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 (Sergey Brin)에 대한 소개로 시작합니다. 작가는 두 사람에 대한 공통점으로 질 좋은 교육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몬테소리 학교, 훌륭한 공립학교와 주립대학교, 그리고 스탠퍼드 덕분에 두 사람은 자신들의 생각을 공식화하고 펼치는 데 필요한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구글의 CEO 에릭 슈미트 (Eric Schmidt)의 소개가 이어집니다. 작가는 에릭 슈미트의 역할을 젊은 두 사람에 대한 보호자로 묘사합니다. 이 세 사람은 구글의 현재의 구글을 이끌어온 균형잡힌 인물들입니다.

구글은 과연 어떤 회사일까요? 어떤 서비스들을 제공했길래 불과 10여 년만에 최고의 인터넷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와 당당히 맞서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머저 구글이 제공하는 주요 서비스를 나열해 보겠습니다. (책에서는 "구글링하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인터넷 검색, 지메일, 유튜브, 구글 어스, 구글 지도, 구글 스트리트뷰, 구글 뉴스, 구글 이미지, 크롬 OS, 구글 도서, 안드로이드 OS, 구글 번역기, 도서관 프로젝트 (Print Library Project) 등은 누구나 아는 서비스일 것입니다. 그 외에도 일일히 나열할 수 없이 많은 어플들이 있습니다. 이 정도만 해도 하나의 검색 페이지에서 얻을 수 있는 서비스로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회사의 수익은 이러한 서비스에서 직접적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웹페이지들에 포함된 광고에서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즉 바꾸어 말하면 개인 사용자들은 이 모든 서비스를 공짜로 얻을 수 있게 됩니다.

대학 연구실에서 검색엔진의 개발로 시작한 구글이 과연 무슨 이유로 지금의 구글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그 이유는 구글의 홈페이지 중 "Our Philosophy"에 있는 다음의 10가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영문은 홈페이지에 있는 그대로, 번역은 책에 있는 그대로 옮겼습니다. 영문 원서에서는 어떤 단어로 되어있는지 궁금합니다.)
  1. Focus on people their lives, their work, their dreams. (실용적이면서)
  2. Every millisecond counts (빠르고)
  3. Simplicity is powerful (단순하면서)
  4. Engage beginners and attract experts (매력적이고)
  5. Dare to innovate (혁신적이면서)
  6. Design for the world (보편적이고)
  7. Plan for today‘s and tomorrow‘s business (유익하면서)
  8. Delight the eye without distracting the mind (아름답고)
  9. Be worthy of people‘s trust (신뢰할 수 있는)
  10. Add a human touch (그리고 품위 있는 디자인을 창작하는)

구글은 또 어떤 사업들을 하고 있을까요? 구글이 진행하고 또는 투자하고 있는 인터넷과 관련되지 않은 사업들만 해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인터넷과 관련되는지 아닌지는 솔직히 판단할 자신이 없습니다.) 인간 유전정보 서비스, 테슬라 전기 스포츠카를 비롯한 대체 에너지원의 개발, 달 개발 등 정말 미래 사회를 이끌어 갈 것만 같은 사업들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럼 구글의 미래 모습은 어떨까요? 사실 여기서 "구글은 참 무서운 회사이다"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솔직히 책을 읽는 동안 그 동안 봐왔던 많은 영화들이 떠올랐습니다. 생각난 영화들은 "아이로봇", "아일랜드" 등 미래 모습을 그린 것들로, 구글이 수집하는 많은 정보들이 기업의 이익을 위하여 여러 대상들을 통제하는 수단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물론 가장 도덕적인 기업들 중 하나인 현재의 구글은 그렇지 않겠지만, 구글이 투자하고 있는 분야들과 수집 및 보유하고 있는 정보의 양을 고려한다면 기업의 주인이 새롭게 바뀌는 수십년 후에는 무슨 일이 생길 지 누가 예상할 수 있겠습니까? 이미 스트리트뷰로 인한 개인 사생활 침해, 도서관 프로젝트로 인한 작가들과의 마찰, 유튜브로 인한 지적재산권 문제 등 많은 도덕적 문제 및 소송이 발생하였으며, 구글에서 일할 변호사를 뽑는 구인광고에는 "구글이 내놓는 혁신적인 서비스는 까다로운 법적 문제를 야기하며, 이에는 창의적이고 실제적인 해법이 필요합니다."라고 기술했다고 합니다.

앞으로 인터넷이 진화할 방향으로 생각되는 클라우드 컴퓨팅 (Cloud Computing)이 활성화된다면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정보들이을 구글에서 소유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미 도서관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내 대학 및 공공 도서관의 모든 장서를 디지털화하여 정보를 소유하고 있는 것은 시작일 뿐입니다. 물론 전체적인 문제는 발생하기 어렵겠지만, 부분적인 문제들은 얼마든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많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개인정보의 보호를 보장하고 회원을 모집하지만, 결국은 어디에선가 정보가 새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현재까지처럼 구글이 악하지 않고 선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바랄 수 밖에는 없을까요?

마지막으로 보태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제가 스마트폰을 사용한 것은 얼마되지 않은 작년 말부터입니다. 만약에 아직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이 책을 읽었다면, 그 느낌이 지금과는 많이 다를 것입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한 이후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의 진정한 재미를 알게 되었고,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개념도 갖게 되었습니다. PC가 처음 나왔을 때 그랬던 것처럼, 인터넷이 처음 소개되었을 때 그랬던 것처럼, 클라우딩의 개념도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누구나 PC와 인터넷을 사용하듯이, 클라우딩도 앞으로 대세가 될 것입니다. 경제활동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기쁜 마음으로 대세를 좆아야만 한다는 생각에 흥미롭기도 하지만 씁슬하기도 합니다.

2011년 1월 7일 금요일

THINK TWICE: Harnessing the Power of Counterintuition - Michael Mauboussin (2009)

이 책의 우리말 제목은 "왜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까?"입니다. 책의 처음부터 다양한 잘못된 결정들과 흥미로운 실험들의 사례를 나열해 줍니다. 책의 전체적인 흐름은 그리 쉽지 않지만, 사례들을 읽으면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바로 판단할 때 발생하는 일반적인 실수들을 알려주고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는 방법들입니다. 하지만 책을 모두 읽은 후의 솔직한 느낌은 "그러한 방법들이 나와있지는 않은 것 같다"입니다.

이 책에서는 (다른 일반적인 책들과는 달리) 작가인 마이클 모부신에 대한 별도의 설명이 없습니다. 다만 책 맨 앞의 유명인들의 짧은 서평들에서 그가 금융계에서 활동하는 투자전략가임을 알 수 있고, 본문을 읽는 중에 그의 이론들이 심리학과 행동경제학 (behavioral economics)에 많은 근거를 두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위키피디아에서는 행동경제학을 "이성적이며 이상적인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를 전제로 한 경제학이 아닌 실제적인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여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경제학"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들어보는 용어라서 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제가 이해한 것이 맞는 지는 모르겠지만, 경제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경제적인 행동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학 이론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렇다면 제가 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이 행동경제학의 연구 대상일 수 있겠습니다.

본문에서의 첫 사례는 2008년 3대 경마대회에서 트리플 크라운에 도전했던 빅 브라운이라는 경주마에 대한 것입니다. 빅 브라운의 주인을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트리플 크라운의 달성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러한 기대와는 정반대로 마지막 경주에서 꼴찌를 차지하게 됩니다.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고 과거의 비슷한 사례의 기록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판단을 했다면 꼴찌를 차지할 경주마에 75% 이상의 우승 가능성을 두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겁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객관적이지 못한 것과 관련하여 사회심리학자들이 언급한 세 가지 착각에 대해서 서술합니다. 첫 번째 착각은 자기 자신이 매우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실제 하위 25%에 속하는 사람들이 상위 25%에 속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자신의 미래를 다른 사람들의 미래보다 밝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낙천적인 착각입니다. 세 번째는 통제의 착각으로 우연한 사건에 관해서도 자신의 통제에 있는 것으로 착가하는 것입니다. 작가가 던진 질문에 "예"라고 대답하면서 웃음짓게 됩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례는 음악에 따라 와인의 선택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슈퍼마켓에 프랑스산과 독일산 와인을 함께 진열해 놓은 상황에서 독일 음악이 나오면 독일산 와인의 선택율 (73%)이 높아지고, 프랑스산 음악이 나오면 프랑스산 와인의 선택율 (77%)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고객의 86%는 음악이 그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부인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례를 보면 논리적으로 관련이 없다고 판단되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교묘히 조작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매스미디어에 의한 여론 조작이라든지, 인터넷의 여론 몰이 등이 실제로 가능한 일이며, 점점 진실을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한 자신이 점점 없어집니다.

좋지 않은 성적으로 시즌을 시작했다가 결국은 1위로 시즌을 끝낸 2005년 양키스의 이야기, 비행사에 대해 모욕을 주어야 다음 비행이 좋아진다고 생각하는 이스라엘 공군 교관의 이야기, 일정 수준에서 약간만 벗어나도 엄청나게 결과가 달라지는 밀레니엄 브리지에 관한 이야기 등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는 사례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작가의 이론과 사례들이 적절히 섞여 있어 지루와 흥미를 반복해서 읽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친절하게 아래의 키워드로 책의 전체를 요약해 줍니다.
  1) 인식을 일깨우자.
  2)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자.
  3) 실력과 운의 역할에 관해 깨닫자.
  4) 피드백을 구하자.
  5) 체크리스트를 만들자.
  6) 사전분석을 실시하자.
  7)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자.

우리는 모두 가정에서, 직장에서 크고 작은 많은 판단을 하게 됩니다. 저만 해도 최근에 딸의 교육 환경을 위해 이사를 해야 할 것이냐라는 큰 고민을 하고 있고, 몇 달 전에는 어떤 직장으로 옮겨야 하는 지에 관한 커다란 판단을 해야 했습니다. 어떤 판단이던 많은 생각을 하고 그 결과로 얻게되는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있겠지만, 이 책에서는 그러한 논리에 결정적인 잘못이 있을 수 있다는 경고를 해줍니다. 객관성이 결여된 주관적 생각,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확증편향", vision tunnel, 전문가들의 의견에 있어서의 오류, 자신도 모르는 상황의 영향, 집단 행동에 의한 영향,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취약성, 실력과 운의 혼동 등 많은 요인들에 의해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됩니다. 역시 많은 책을 읽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 나가는 것만이 여러 위험 속에서 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2010년 12월 5일 일요일

시장에 간 붓다 - Lloyd M. Field (2007)

이 책의 원제는 "Business and the Buddha"이고, 한국어로 된 부제는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최고경영자 붓다"로 되어 있습니다. 또한 책의 가장 첫머리, introduction의 제목은 "붓다가 회의실에 들어온다면"입니다. 과연 서양의 경영 컨설턴트의 관점에서 비즈니스와 불교를 접목한다면 어떤 내용을 전개할까요? 작가는 선진국 정부와 초국적 기업들이 자본주의의 환경 하에서 많은 문제점들을 만들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답은 불교의 기본 이론에 있다는  주장을 합니다. 책은 증상, 진단, 예후, 처방이라는 네 개의 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즉 자본주의는 병이 들어 있으며 이 병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따라서 이 병을 고치기 위한 처방이 필요하다는 내용입니다. 그 처방은 바로 불교의 이론들 중 無常, 四聖諸, 八正道, 자비 등입니다.

먼저 "증상" 부분의 내용을 보면 주로 자유 기업들의 탐욕과 무절제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이로 인해 전 지구적 차원의 불평등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많은 자유 기업들이 자본주의에서 창의적이고 성공적으로 경제 체제를 이용했을 때 나오는 궁극의 결과물인 "富"를 너무 극단적으로 추구하여  문제를 발생시킨다고 지적합니다. 이러한 회사들의 예로서, 분식회계로 파산한 엔론, 월드컴, 타이코 등과 필립모리스,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 등의 초국적 담배회사들을 들고 있습니다. 최근 위험도가 큰 금융 상품들에 대한 무절제한 투자로 경제 위기를 불러온 월스트리트의 많은 투자 은행들의 몰락도 이러한 탐욕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진단" 부분에서는 고전 경제학의 창시자이며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작가는 부를 축적하고 좇는 과정에서 나타난 사회적 병폐들이 애덤 스미스가 추구한 목표와 반대되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지적합니다. 그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지배되는 시장에서 노동력 공급이 증가하고 분업이 더욱 세분화되며 새로운 생산 장비의 발명으로 인한 노동의 질 향상이 이뤄지면서 경제 성장은 가속화됩니다. 또한 세계화로 인해 지리적 경제는 점점 사라져 가고 선진국과 중산층 국가들은 세계화의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가난한 나라들은 더욱더 깊은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러한 세계화는 세계적 규모의 초국적 기업들이 앞장서 있음을 지적하고, "기업 (The Corporation)"이라는 소설에서 기업을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라고 진단한 내용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세 번째 부분인 "예후"에서 불교와 경제를 만나게 합니다. 여기에서 자본주의의 해독제로서 불교의 기본 이론인 팔정도를 제시합니다. 사실 전체적인 책의 내용이 쉽지는 않아서 제가 잘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해하기로는, 팔정도의 적용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원칙이며, 환경과 인간 중심의 기업 경영을 통해 "사람 냄새 나는 자본주의"를 이룰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책의 마지막에서는 "중도의 길을 걸어라"라는 "처방"을 내립니다. 최대한의 이윤 추구가 기업의 목표가 됨으로써 발생했던 자본주의의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처방입니다. 이윤보다는 "행복"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기준으로 한다면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없앨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을 읽는 도중에 불교에 대한 내용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지만, 실제 받은 느낌은 종교적인 어떤 것도 없었습니다. 제가 받은 대부분의 느낌은 주로 인간, 환경, 행복 등의 인본주의적 의미의 단어들로부터입니다. 물론 불교가 종교적이기 보다는 인간적인 철학적이기는 하지만, 작가의 의도는 "사람 냄새 나는 자본주의"가 목적이고 불교의 원리들은 목적을 위한 하나의 실천 방법으로 제시한 듯 합니다. IMF 사태 이후 우리의 기업 환경은 정말 많이 바뀌었습니다. 몇몇 대기업 중심으로만 경제가 발전되면서 빈익빈부익부가 지속되고 있으며, 반복되는 경제 위기들로 인해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인간적인 면으로 이러한 불합리한 결과를 보충하지 않는다면 분명 균형잡힌 경제발전은 없을 것입니다.

2010년 11월 9일 화요일

남이섬 CEO 강우현의 상상망치 - 강우현 (2009)

올 여름 광복절에 딸과 함께 "동화나라 상상열차"를 타고 남이섬에 다녀왔었습니다. 청량리역에서 가평역까지 기차를 타고 오전에 남이섬에서 놀고, 오후에는 닭갈비골목 - 에니메이션박물관 - 막국수박물관을 거쳐 다시 기차를 타고 돌아오는 패키지 여행을 통해서였죠. 아침일찍 집을 나서 1호선 전철을 타고 청량리역까지, 또 청량리역부터는 기차를 타고 가평역까지 이동하면서 딸과 함께 처음 경험해보는 행복한 기차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남이섬 입구에 도착했을 때 남이섬으로 들어가는 배가 다니질 못하고 있었네요. 전날 내린 폭우로 인해 상류의 댐이 방류를 하고 있었습니다. 딸과의 기차여행이라는 행복한 기분과 소문으로 갖게된 남이섬에 대한 즐거운 기대가 허물어지려는 순간이었죠. 약 한 시간을 기다린 후 이제 배가 뜰 수 있다는 소식도, 더워지는 날씨와 배 앞에 선 긴 줄로 인해 아침의 행복한 기분을 다시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길고 긴 기다림 끝에 배를 타고 남이섬으로 입국 ("나미나라 공화국"이랍니다)하는 순간까지도 마음은 별로 풀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선착장에 내려서 불과 10분도 되지 않아 계속 마주치게 되는 자연 그대로의 예쁜 풍경들, 인공적이지만 예쁜 조형물들, 행사에 참여한 예쁜 아이들 등 오밀조밀 예쁜 여러 장의 그림들이 펼쳐져 있는 듯, 아 이래서 남이섬이 좋다고들 하는구나, 행복을 바로 찾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남이섬은 기대 이상의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짜증내던 아빠 덕에 오히려 짜증도 못내고 그저 뾰루퉁하고만 있던 딸도 환한 웃음을 되찾아 "와 이쁘다"를 연발하며 신나 하고 있었습니다. 딸이랑 미리 약속했던 자전거타기는 시간이 모자라 지키지 못했지만, 대신 다음에 엄마도 함께 다시 방문하여 꼭 자전거를 타겠다는 딸과의 중요한 약속을 갖게 되었죠.

그 약속이 희미해지던 10월 말에 집앞의 도서관에서 또 하나의 남이섬을 찾았습니다. 바로 이 책 "남이섬 CEO 강우현의 상상망치"입니다. 주말 가벼운 마음으로 도서관을 찾아 이 책, 저 책을 기웃거리는  중 "남이섬 CEO"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고, 무슨 내용일까 책의 중간을 펼쳐서 몇 줄을 읽어보고 그대로 대출기로 향했습니다. 책을 모두 읽은 지금은 여행 이후 두달 반 만에 희미해진 남이섬의 기억들이 되살아났고, 과연 어떻게 남이섬이 조성했는 지에 대한 궁금증도 모두 풀리게 되었습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가장 큰 주제는 "상상 (想象)"입니다. 하늘이라는 도화지에 비행기라는 붓으로 그림을 그리고, 판문점 옆에 어린이공원을 만들겠다는 상상이 "사나이 50에 나라 하나 세우면 후세인들에게 대장부가 불리지 않겠나"라며 "나미나라 공화국"을 세울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2001년 29만명에 불과하던 입장객들을 200만명으로 늘리는 것도 가능하게 했습니다. 상상으로 유원지를 관광지로 바꾸어 입장객을 몇 배로 불려놓고 나라까지 세울 수 있다니, 강우현 사장의 상상은 "현실로 이루어지는의 상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나미나라 공화국이라는 상상은 계속 이어져, 헌법은 무법천지법, 문자는 나미짜, 화폐는 나미통보, 국민은 나미나리안, 독립선언문, 여권, 입국관리소, 애국가, 국기, 국립호텔, 관광청, 행정청, 환경청 세 개의 청으로 이루어진 정부 등으로 연결이 됩니다. 처음부터 만 명이 아닌 100만 명짜리 그림을 시작했다니 역시 상상의 스케일, 그림판의 크기가 남이섬 전체의 크기인 것이죠.

개인적으로 이 책으로 몇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회사원으로써 "조직"에 대한 생각입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우리나라 대기업 조직문화를 끔찍이도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 조직에 적응해가며 살고 있을 겁니다. 같은 남이섬이지만 분명히 상반되는 과거와 현재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상상력으로 과거를 현재로 바꾸었다면, 현재의 낡은 조직문화를 미래를 대비한 유연한 문화로 바꾸는 것도 상상력이겠죠. 상상을 시작해야겠습니다. 조직문화에쫒기어 다니지 말고, 제가 상상하는 조직을 모습을 분명히 만들고 하나하나 현실로 만들어가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성공 뒤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제가 모르고 있는) 어려움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속에 언뜻 언뜻 상상을 실현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강우현 사장은 단지 상상력만을 남이섬에 그려놓은 것은 아닐 것입니다. 상상력을 그리는 과정에 "상상력이라고는 전혀 없이 현실에 몰두하는" 사람들과의 많은 마찰이 있었겠죠. 강우현 사장의 표현 중에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추진해도 성공할까 말까 한 것이 개혁이고 혁신이다"라는 말에서 그 어려움이 드러납니다. 결국 상상만으로는 실현할 수 없고, 실현하기 위한 목숨을 건 추진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은 어려운 일은 피하고 쉬운 일만을 찾기위해 오히려 노력하고 있을 겁니다. 많은 잘못된 문제들과 자신있게 정면으로 부딪히지 못하고 말입니다.

남이섬은 동화나라이고 상상나라입니다. 제가 괜히 좋은 책을 일고 현실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상상"은 분명히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분명 의미없는 상상에 머무르고 말 것입니다. 내가 탔던 열차의 이름이 괜히 "동화나라 상상열차"가 아니었습니다. 천진하고 맑은 동화와 상상을 꿈꾸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 멋있는 삶일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기억에서 점점 멀어지던 딸과의 남이섬 자전거 약속을 되새기게 된 것이 너무 다행스럽습니다. 더 추워지기 전에 나미나라 공화국으로 가족 여행을 떠나야겠네요.

2010년 8월 2일 월요일

the dip - Seth Godin (2007)

세스 고딘의 2007년 작 the dip을 읽었습니다. 102 페이지의 아주 짧고 그 크기도 작은 책이지만 참 기발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사전에 있는 dip이라는 단어의 뜻은 "급강하, 물가의 하락"입니다만 여기에는 "(상승 전의) 급강하, 물가의 (일시적인) 하락"이라는 숨은 뜻이 있습니다. 세스 고딘은 이 딥을 책에서 "어떤 일의 시작과 그것에 숙달되는 지점 사이에 놓인 길고 지루한 과정"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딥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딥이야말로 성공의 비밀이기 때문입니다. 딥을 헤쳐 나가기로 작정한 사람들, 그리고 딥을 통과하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와 노력을 투자하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최고가 되는 것입니다.

책의 시작은 우리가 흔히 기억하고 있는 명언과 반대되는 내용으로 시작됩니다. "포기하는 자는 결코 승리하지 못하며, 승리하는 자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빈스 롬바르디의 명언을 잘못된 충고라고 단정하고, 잘못된 일은 포기하고 제대로 된 일에는 끝까지 매달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포기에 관한 저자의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학교가 저지른 최대의 실수"입니다. 작가는 학교에서 배운 것들 중에 잘못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고 단정하고는 "골고루 다 잘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라는 것이 가장 잘못된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일단 다음 문제로 넘어가 거기에 집중해라."라는 말도 세상에서 최고라고 알려진 사람들은 모르는 문제를 파고들어 풀어내는 것에 전문인 사람들이라고 하며 잘못된 충고라고 합니다.

아주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학교에서는 모든 과목을 같은 비율로 채점하여 평균으로 등수를 정합니다. 즉 나도 모르게 평균 점수가 중요한 것으로 새겨집니다. 하지만 당연히 모든 것을 골고루 적당히 잘 하는 사람보다는 한 가지라도 전문가인 사람들이 사회에서는 성공하게 됩니다. 더구나 그 전문가들의 전문 분야들은 절대로 학교에서 배운 분야들과 대응되지 않습니다. 오마에 겐이치의 학교 교육에 대한 비판도 같은 맥락입니다. 과거의 사회에 적합한 비슷한 자원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에 대한 비판말입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이러한 잘못된 교육의 피해자들이 아닐까요?

책의 중간 쯤에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세일즈맨들은 평균적으로 가망 고객과 다섯 번 접촉한 후에 포기한다고 합니다. 다섯 번 접촉한 후 세일즈맨들은 자신이나 고객 모두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포기하고는 다른 고객을 찾아 나서게 된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이 연구는 고객 중 80%가 일곱 번째 판매 시도에 결국 굴복하여 물건을 사고 만다는 결과도 보여줍니다. 겉으로만 보면 세일즈맨들의 끈기가 부족한 듯 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세일즈맨들이 조금만 더 버티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오히려 거래처 명부의 80%가 습관적으로 얼굴만 비치는 가망 고객들로 채워져 있다면, 이는 도약의 기회가 될 법한 나머지 20%에 쏟을 수 있는 에너지를 도둑맞는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즉 가망없는 부분들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오로지 유효한 전략만이 딥을 뚫고 나갈 수 있는 방법인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결국 책의 주제는 포기와 집중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효하지 않은, 불필요한 부분은 미련없이 포기하고 모든 자원을 유효한 전략으로 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그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본문의 마지막에 세계 최고라고 불릴만한 기업, 브랜드, 음식점 등이 길게 나열됩니다. 하지만 세계최고는 아무나 시도할 수조차 없는 것이겠죠. 주위는 그저 하나의 조직에 함께 묻어가는 것조차 쉽지 않은 현실이 되어 있습니다.

최근에 세스 고딘의 책을 한 권 더 읽고 있습니다. 1995년에 발행된 비교적 오래된 책입니다. 믹구 전역의 약 2만 명의 중간관리자와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정리한 책으로, 설문조사의 내용은 "회사를 성공으로 이끄는 직원들의 요소들은?", "우수한 인재를 평범한 인재와 구별시켜주는 요소는?"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미덕들은 무엇인가?" 등입니다. 이 책에서 밝히는 26 가지의 덕목 중에는 "끈기 - 한 번에 한 걸음씩! 정상에 오를 때까지 멈추지 마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론 "끈기" 역시 성공을 위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오힉려 이 책조차도 작가의 아디디어로 쓰여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디어"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성공의 요소가 아닐까 합니다.

독자들의 가장 큰 요구는 "짧게 써달라"였다는 설명으로 또다시 작가의 아이디어에 놀라게 됩니다.

2010년 7월 25일 일요일

철학 삶을 만나다 - 강신주 (2006)

최근에 읽은 책들은 주로 자기계발, 경영, 마케팅 등에 관한 것들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철학"이라는 주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철학에 대한 입문서를 읽었습니다.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개인적으로도 나이가 들고 직급이 올라갈 수록 절실하게 인문학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하지만 공대를 졸업한 엔지니어로서 독서와 멀리 살아오다 보니, 다양한 주제의 유명한 인문학 관련 책들 조차 거의 접하지를 못해왔습니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관련된 책을 많이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습니다.

이 책의 키워드는 제목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철학과 삶입니다. 작가는 철학이 삶과 만나 서로 사랑하며 함께 지내야 한다고 알려줍니다. 하지만 현실은 철학과 삶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 사랑했었다는 과거에 대한 기억도 잊혀지고 있다고 안타까워 합니다. 이렇게 시작되는 철학과 삶에 대한 이야기는 먼저 철학적 사유 및 가정, 국가, 자본주의라는 익숙한 삶에 대한 설명을 "삶을 위한 철학적 성찰"이라는 주제로 마무리됩니다.

철학적 사유에 대한 설명에서 기억에 남는 말은 "철학은 익숙한 것들과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다"입니다. 살아가는 과정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들에 대해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다시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그리고 그 생각을 이성에 근거하여 논리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말로는 '반시대적'이란 공동체의 일반성  (generality)을 넘어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성 (universaliry)을 지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철학이라고 설명해줍니다.

가정, 국가, 자본주의에 대한 철학을 논하면서 책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집니다. 필자는 이들과 관련해서는 철학이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였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가정과 사랑은, 특히 어머니라는 존재는 철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것이 존재한다고 공감하게 됩니다. 반면에 국가와 자본주의에 대해서는 불완전함에 따른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개개인들이 그러한 불완전함을 채워가야 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공동체적인 질서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작가는 철학과 가까와지는 과정을 산으로 비유를 합니다. 공감이 가고 이 과정을 통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대로 옮겨봅니다. "철학자들이 주는 조망은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철학자들을 온전히 평가하기 위해서, 우리는 그들이 올랐던 봉우리에 직접 올라가보아야만 합니다. 그들이 만들어준 조망이 마음에 들고 안 들고의 여부는 전적으로 우리의 삶과 사유에 달려 있는 셈입니다. 주위에서 칭성이 자자한 철학자도 분명 있습니다. 이 철학자를 제대로 알면 우리의 삶을 잘 조망할 수 있는 시선을 얻게 된다고 사람들이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여러분 스스로가 그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그를 직접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철학자가 보앗던 것을 직접 한번 살펴보기 바랍니다. 만약 그의 조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서둘러 내려오면 됩니다."

삶을 위한 철학적 성찰에서는 마음의 고통을 줄이고 즐거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불교적 성찰과 타자와의 관계에 대해 설명해줍니다.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삶에서 행복을 찾아내기 위해 철학이 삶과 만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나온 여러 유명한 철학자들의 이름과 그들의 철학이 주는 키워드를 한 번 정리해보겠습니다. 철학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많이 알지는 못해도 이 정도만 기억해도 남앞에서 "우쭐"하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조금이라도 생기지 않을까요? 물론 우쭐함보다는 나의 자유롭고 체계적인 사고를 위해서도 기억해볼만한 가치가 있을 겁니다.
  • 플라톤 (BC 428~348) - 이데아, 서양철학의 아버지 - 변화하는 질료와 불편하는 이데아라는 두 가지 계기를 도입, 육체와 정신, 현세와 피안을 구분하는 서양철학사의 주류 전통이 여기서 유래함.
  • 아리스토텔레스 (BC 384~322) - 경험의 다양성,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 - 형상이란 경험되는 대상의 구성원리이기 때문에, 경험 대상이 소멸하면 같이 소멸한다.
  • 에피쿠로스 (BC 341~270) - 진리, 자연, 삶에 대한 철학적 성찰
  • 데카르트 (1596~1650) - 방법론적 회의
  • 스피노자 (1633~1677) - 파괴적인 자연주의 철학 - 의식의 독립성, 선의 절대성, 신의 인격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 루소 (1712~1778) -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자연주의자
  • 칸트 (1724~1804) - 경험을 강조했던 경험론적 전통과 이성을 강조했던 합리론적 전통을 비판적으로 종합
  • 헤겔 (1770~1831) - 역사성, 혹은 시간성을 도입 - 개인이나 사회도 절대정신의 자기 전개 과정, 즉 변증법적 과정의 결과물이라고 이해했다.
  • 에른스트 캅 (1808~1896) - 기술 문명에 대한 비판적 성찰 - 자본주의 발전으로 야기된 기술 문명에 대해 최초로 진지하게 성찰
  • 키르케고르 (1813~1855)  - 인간 실존의 단독성
  • 맑스 (1818~1883) - 프랑스 사회주의 철학, 영국의 경제학, 독일의 헤겔 좌파 철학을 비판적으로 아우르면서 자신만의 사유를 전개
  • 니체 (1844~1900) - 비판철학자 - 칸트의 비판철학이 철저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이성과 도덕이라는 서양 학문의 양대 축을 계보학적 방법론으로 해체하려 하였다.
  • 프로이트 (1856~1939) - 정신분석학 - 정신병이 정신 자체의 고유한 메커니즘으로부터 유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 베르그손 (1859~1941) - 당대 자연과학의 업적을 비판적으로 섭취하여 거대한 생명과 생성의 형이상학을 완성
  • 카프카 (1883~1924) - 인간의 삶에 대한 비관적인 통찰
  • 하이데거 (1889~1976) - 의식의 지향성 - 인간에게 있어서 무엇인가를 지향하고 있는 의식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의 친숙한 관계가 와해될 때에만 출한하는 것이다.
  • 알튀세르 (1918~1990) - 맑스의 사유에 '철학'을 부여, 반목적론적 변증법
  • 들뢰즈 (1925~1995) - 철학적 사유 - 철학의 목적은 주어진 것들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개념을 창조함으로써 시대를 극복하는데 있다.
  • 데리다 (1930~2004) - 전통 서양 철학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판자, 해체주의 철학
  • 바디우 (1937~) - 철학의 역할은 수학, 시, 정치, 그리고 사랑이라는 네 가지 과정이 생산해낸 진리가 소통될 수 있는 통일된 개념적 공간을 제시하는 것이다.
  • 노자 (미상) - "도"를 인식하면 인간이 세계 속에서 갈등과 대립없이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주장
  • 장자 (BC369?~286?) - 인간의 삶이 타자와 마주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통찰
  • 순자 (BC 313? ~238?) - 성악설, 위대한 자연주의 철학자
  • 동중서 (BC 176~104) - 천인감응설
  • 왕충 (27~100) - 자연주의 철학 - 일체의 종교적이고 신비적인 사유를 공격했다.
  • 왕필 (226~249) - 뿌리와 가지라는 비유로 설명되는 본말의 형이상학

2010년 7월 10일 토요일

텅빈 충만 - 법정 (2001, 개정판)

저에게는 세 권째로 법정 스님의 책을 읽었습니다. 제목이 참으로 멋집니다. "텅 빈 충만". 이 제목을 들으면 역설법 (逆說法)으로 생각되지만, 법정 스님의 글을 보면 진정으로 텅빈 충만을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빈방에 홀로 앉아 있으면 모든 것이 넉넉하고 충분하다. 텅 비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가득 찼을 때보다도 더 충만하다." 텅 빈 충만은 고사하고 있는 것에라도 만족하고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번 책을 읽고나서는 앞의 두 권의 책을 읽은 후와는 좀 다른 느낌을 가졌습니다. 아마 "역사는 되풀이되는가" 편의 현실 정치에 대한 글들 때문일 겁니다. 전에 읽었던 책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현실사회에 대한 강한 비평에는 기억 속에서 거의 사라져간 제5공화국, 대통령 직선제, 청문회 등의 말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현실참여와는 거리가 있었던 저의 대학생활이 생각나며 또 한번의 반성을 하게 되었고, 상황을 바로보고 바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이러한 다짐을 현실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마도 독서하는 습관일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책을 읽는 습관을 가진 것에 다시한 번 감사하고 좋은 습관을 지켜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책의 곳곳에 평소에 가장 존경하는 분으로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마하트마 간디에 대한 말씀이 들어 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보았던 영화 '간디'를 보고 난 후의 느낌이 새삼스럽게 떠오릅니다. 학교 시험이 끝난 후 친구와 몇 개 영화를 놓고 저울질하다가 무슨 이유에선지 간디를 선택하였고, 영화를 보고 나온 후 받은 감동과 함께 간디를 선택했다는 사실에 마음 속에서 제 자신을 너무 기특해 했었습니다. 그때 본 영화를 꼭 다시 구해서 봐야겠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가슴에 와 닿는 좋은 구절을 읽었을 때, 책을 읽은 후 한번 더 마음에 새기고자 표시를 해 두었습니다. 표시된 부분을 아래에 다시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런 나무의 그늘에 견줄 때 우리들 사람의 그늘은 얼마나 엷고 빈약한가. 사람의 그늘은 덕인데, 눈앞의 사소한 이해타산에 걸려 덕의 그늘을 펼칠 줄 모른다. - 나무 아래서 무심을 익히다

그러니 사람은 살아 있을 때 사람 노릇을 해야 한다. 서로 믿고 의지하고 돕고 사랑하는 일이 인간의 길 아니겠는가. 너무 비관할 것 없다. 그렇다고 자만도 금물이다. 그저 사람 노릇 잘하면 사람이 된다. - 연기와 재를 보면서

과속은 무감각 상태를 가져온다. 그것은 맹목적인 행동과 같다. 너무 조급히 서둘다보면 조그만 일에서 오는 삶의 잔잔한 기쁨과 고마움을 놓치기 쉽다. 등산의 기쁨은 산을 오르는 일에 못지않게 산을 이만치서 바라보는 여유에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우리는 너무 서두른다

빈방에 홀로 앉아 있으면  모든 것이 넉넉하고 충분하다. 텅 비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가득 찼을 때보다도 더 충만하다. - 텅 빈 충만

자연은 이렇듯 우리에게 많은 선물을 무상으로 열어 보이고 있는데, 일상에 찌든 사람들은 그런 선물을 받아들일 줄을 모든다. 받아들이기는 그만두고 얼마나 많이 허물며 더럽히고 있는가. 받아들이려면 먼저 입을 다물어야 한다. 그리고 귀를 기울이며 지켜보아야 한다. - 입 다물고 귀를 기울이라

구만리 푸른 하늘에 (萬里靑天)               구름 일고 비 내리네 (雲起雨來)
빈 산에 사람 그림자 없이 (空山無人)     물 흐르고 꽃이 피더라 (水流花開) - 수류화개실 여담

말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지만, 천 사람 만 사람의 귀로 들어간다. 생각대로 불쑥불쑥 나오려는 말을 안으로 꿀꺽꿀꺽 삭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어리석음이 지혜로 바뀐다. - 불란서 여배우

단 한두 가지라도 좋으니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원을 세운다면, 시들한 일상이 새로운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원 자체가 마침내 우리를 건져줄 것이다. 당신은 무슨 원을 세우고 사는가? - 큰마음

당연히 해야 할 의무나 '이웃의 도리'를 가지고도 우쭐거리거나 생색을 내려고 한다. 조그마한 공덕을 가지고 그 몇 곱을 드러내놓으려고 한다. 또 복을 받으려고만 하지 지으려는 일에는 소홀하다. - 복의 힘

때가 지나도 떨어질 줄 모르고 매달려 있는 잎은 보기가 민망스럽다. 때가 되면 미련 없이 산뜻하게 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빈자리에서 새봄의 움이 틀 것이다. - 가랑이 구르는 소리

"절망에 빠질 때마다 나는 역사적으로 어느 시대에서나 진리와 사랑이 항상 승리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마하트마 간디) - 누가 이 땅의 주인인가

2010년 7월 7일 수요일

콘트라베이스 (The Double Bass) - 파트리크 쥐스킨트 (Patrick Suskind, 1987)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1976), "비둘기" (1988), "좀머씨 이야기" (1991) 등의 소설로 유명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희곡인 콘트라베이스입니다. 유명한 작가의 유명한 책으로 많은 서평이 인터넷에 올라와 있습니다. 작가의 이름은 잘 몰랐지만, 작가의 소설들은 어디선가 한 번씩은 들어본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유명했죠.어두침침한 분위기에서 향수에만 미친 남자, 그루누이의 이야기입니다. 영화를 먼저 접했던 저에게는 이 "콘트라베이스"도 비슷한 분위기를 가졌을 거라는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전혀 달랐습니다. 주인공인 오케스트라의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는 바로 우리 옆에 항상 존재하는 일반적인 직장인이었습니다. 그는 1) 자신이 연주하는 콘트라베이스가 다른 오케스트라 악기들 중에 월등하게 중요한 악기라고 생각하고, 2) 중요한 만큼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을 불평하고, 3) 자신이 콘트라베이스를 가장 잘 연주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4) 자신보다 월등한 위대한 음악가들을 자신의 잦대로 평가하고, 5) 때로는 자신이 선택한 직업을 후회하고, 6) 부모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7) 직장 동료를 멀리서 좋아하지만, 8)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으로 고백하지 못하고, 9) 언젠가는 최고의 위치에 올라갈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있고, 10) 자신이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오케스트라의 구조적인 문제에 있으며, 11) 때로는 자신의 콘트라베이스를 박살내고 싶은 그런 사람인 것 같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말 그대로 타성 (惰性)에 젖은 생활을 지속하게 됩니다. 하루하루 바쁘게 일상적인 업무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1주일, 한달 쉽게 지나갑니다. 어느덧 벌써 2010년도 반을 넘어서 7월이 되었습니다. 그저 소시민적인 삶에 만족하는 것이 행복인 것 같다가도, 노력하지 않는 내 모습에 실망하고, 미래를 걱정하고 하게 됩니다. 아마 3-40대 직장인들은 비슷한 생각이 많을 것 같습니다.

올해의 가졌던 작은 목표들은 몇 가지 이루었지만 가장 큰 목표였던 RICS Membership은 좀더 미루어야 할 것 같습니다. 목표를 못 이루었다고 불평하지는 말고 착실히 한 가지씩 더 준비해야 겠습니다.

2010년 6월 21일 월요일

마케터는 새빨간 거짓말쟁이 (All Marketers Are Liars) - Seth Godin (2005)

이번에는 마케팅에 관한 책을 읽었습니다. 세계적인 마케팅 관련 베스트셀러 작가인 세스 고딘이라는 이름을 우연히 알게 되어 그의 여러 책들 중에서 하나를 골랐습니다. 그저 하얀색의 바탕없는 하드 커버 위에 선명한 선홍색의 작은 원 하나와 사람 그림 하나, 특이한 표지 디자인이 색다른 흥미를 불러 일으키게 합니다. 책의 제목도 약간은 자극적인 "마케터는 새빨간 거짓말쟁이 (All Marketers Are Liars.)입니다. 그런데 표지속의 사람을 자세히 보면 무언가를 말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책의 키워드라 할 수 있는 "스토리"를 전달하고 있는 듯 합니다.

책을 펼치면 표지와 같은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강렬한 선홍색의 큰 원으로 각 장의 제목을 강조하고, 같은 색으로 강조된 또한 내용도 약간은 자극적인 소제목들을 보게 됩니다. 작가의 전작인 "보랏빛 소"를 연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책의 겉모양과 함께 키워드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설명하고 있는 성공적인 마케팅의 비밀은 바로 "스토리텔링"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로 각 페이지 마다의 내용은 일관적이지 못한 듯 하고, 가끔 튀어나오는 작가의 장난기어린 문장도 접하게 됩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읽다보면 그동안 기억의 한편에 머물러있던 다양한 광고의 스토리들이 떠오르면서 작가의 전달하고자하는 내용이 이해가 되기 시작합니다.

책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실제 사례를 통해 들려 줍니다. 정말 기억에 남아있는 성공적인 광고들에는 무언가 다른 스토리가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최근 가장 성공한 제품이라 할 수 있는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에는 디자인, 단순한 기능, 스티브 잡스, 애플 매니아, 어플리케이션 등 수많은 스토리가 있지 않습니까?  작가가 제시하는 "위대한 스토리"의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위대한 스토리는 진실하다.
  2) 위대한 스토리는 약속을 담고 있다.
  3) 위대한 스토리는 신뢰받는다.
  4) 위대한 스토리는 모호하다.
  5) 위대한 스토리는 급속히 자리 잡는다.
  6) 위대한 스토리는 논리보다는 감각에 호소한다.
  7) 위대한 스토리가 모든이를 겨냥하는 경우는 드물다.
  8) 위대한 스토리에는 자기모순이 없다.
  9) 그리고 무엇보다도, 위대한 스토리는 우리의 세계관과 일치한다.

다음은 범위를 넓혀 책의 중심 내용인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성공적인 마케팅이 거치는 단계를 다음과 같이 스토리텔링합니다.
  1) Step 1: 그들의 세계관은 당신이 마케팅을 시도하기 전에 이미 형성되었다. - 여기서 세계관이란 개개의 소비자가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적용하는 원칙과 가치관, 신념, 성향 등을 가리킨다. 따라서 현명한 마케터라면 사람들의 세계관을 바꾸기 변화시키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종류의 세계관을 지닌 사람들을 찾아 그 세계관에 맞춰 스토리의 프레임을 짤 것이다.
  2) Step 2: 사람들은 오직 새로운 것에만 주목하고 궁금해한다. - 최고의 마케팅 기술은 획기적이고 이해하기 쉬우며 잘 퍼질 것 같은, 그렇지만 간단한 스토리를 만들어 퍼뜨리는 것이다.
  3) Step 3: 스토리는 첫인상에서 시작된다. - 소비자들은 '선택'이라는 잔인한 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해 순간적인 판단을 내리고, '첫 만남'이 아닌 진정성을 가진 '첫인상'이 중요하다.
  4) Step 4: 위대한 마케터들은 믿을 만한 스토리를 들려준다. - 완전무결하게 진실인 스토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위해 진실을 바탕으로 하는 악의없는 거짓말이 중요하다.
  5) Step 5: 믿음을 주는 마케터가 성공한다. - 최고의 스토리는 진정성이 깃든 스토리다. 진정성이 없다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단 한 번뿐이며 그것으로 끝이다.

이후 작가는 다양한 사례들과 전작인 "보랏빛 소가 온다"의 내용과 함께 위의 내용들을 강조합니다. 위의 내용들과 함께 한 가지 더 기억나는 것은 "스토리"가 어떻게 전달되고 퍼져나가느냐입니다. 위대한 스토리들은 따로 광고를 하거나 소문을 내지 않아도 말 그대로 입소문을 타고 퍼져 나갑니다. 여러분들도 어떤 새로운 제품을 사용하고 크게 만족하였다면 이 사실을 친구들에게 자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겁니다. 아이폰과 관련한 수많은 개인 블로그들을 보십시오.

15년 가까운 직장생활을 해 오면서 마케팅에 대해서 크게 생각해본 적은 전혀 없었습니다. 특히 건설업계에 종사해왔기 때문에, 공사나 용역의 수주를 위한 "영업" 또는 "접대"의 개념만을 알고 있었고, 그러한 "영업"은 나에게 피해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내 주위에 있는 "마케팅"은 TV 광고 정도만이었고, 굳이 건설업에서 찾는다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형건설업체들이 아파트 브랜드화 정도만 해당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말그대로 마케팅은 엔지니어인 나와는 관계없는 "다른 전문가의 영역"이었습니다.

저는 최근에 새롭게 출발하는 회사로 이직을 했습니다. 회사가 출범한 시기는 2009년 12월로 이제 6개월이 지났습니다.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인 건설 프로젝트에서의 Cost Management (Quantity Surveying)은 아직 국내에 시장조차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영업에 상당히 고전을 하고 있으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건설 프로젝트의 발주자들에게 새로운 "스토리"를 전달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제가 이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것도 "한국에서의 QS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라는 한 마디로 설명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시기에 이 책을 읽게된 것이 우연이 아닌 듯 합니다. 제 개인을 위해서도, 회사를 위해서도 "Why Cost Management (QS)?"와 "Why Turner and Townsend Korea?"라는 멋진 스토리를 만들고, "영업"이 아닌 "마케팅"에 새로운 또한 즐거운 도전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2010년 6월 6일 일요일

버리고 떠나기 - 법정 (1993)

법정 스님의 책을 한 권 더 읽었습니다. 역시 63편의 짧은 수필들을 모아서 엮은 수상집 (隨想集)입니다.

스님은 자연을 참 많이 사랑하셨던 분인 것 같습니다. 자연과 함께 생활하셨던 것을 책 어디에서나 느낄 수 있습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불교의 교리, 인간의 도리에 대한 말씀, 사회성 있는 글 등 모든 스님의 가르침들이 순리에 맞고 진실됨을 더욱 느낄 수 있고, 당연히 고개숙이게 됩니다. 책을 읽는 중에 상대적으로 자연과 한없이 멀리 있는 저를 보게 되었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솔직히 자연에 대한 말씀을 읽는 동안에는 몰입이 잘 되지 않고 잡념이 일어나다가도, 이어지는 생활과 가까운 말씀에는 다시 읽음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성적이기만 한 목표를 위해 이성적인 방법으로만 살아가는 저로서는 항상 감정이 날카롭고, 주변과의 마찰이 느끼며, 때로는 누군가와의 인연이 끊어지고 마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삶에 있어서 자연 또는 감성의 중요성은 여러 차례 느껴왔었지만 저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이 달라집니다. 나이들면 시골에 가서 살고 싶다라는 말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자연이라는 감성이라는 절실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직까지 한 번도 자연과 가깝게 지낸 적이 없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겠습니다.

이 책의 글들은 1989년부터 1993년 사이에 쓰여졌습니다. 공교롭게도 저는 1989년에 대학에 입학하여 1993년에 졸업했습니다. 대학 4년간 이 책과는 너무도 상반되는 행동을 하며 살았다는 것을 후회하게 되었습니다. 국가를 위하지도 않았고, 사회를 돌아보지도 않았으며, 개인을 발전시키지도 않았던 무의미한 시기였습니다. 적당한 학교 과제와 술, 담배, 친구, 애인 등과의 순간적인 재미를 좇던 부끄러운 생활을 보냈습니다. 글 중에 "인생을 낭비한 죄"라는 제목을 가진 글이 있습니다. 그 제목만으로도 반성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고, 읽은 후에는 반성과 함께 다짐, 걱정, 후회 등의 감정이 복잡하게 얽혔습니다.

늦게라도 철든다는 것은 마음을 행복하고 충만하게 해줍니다. 최근에 집사람에게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가 "나이들면서 철드네"입니다. 처음에는 듣기 거북하던 말이, 지금은 칭찬으로 들리고 더 듣고 싶은 말로 바뀌었습니다. 어떻게 얼마나 좋아지는 지는 모르겠지만 과거에 비해 조금이라도 발전할 수 있는 생활을 지속할 수 있다면 점점 더 많이 만족하게 되는 삶을 살 수 있을 겁니다.

책의 내용 중에서 꼭 다시 기억하고 싶은 내용들을 정리하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자연계에서 배운다" - 만약 고정된 채 새로운 변화가 없다면 그것은 죽어 있는 거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살아있는 것은 다 한목숨이다" - 이와 같이 모든 개체의 생명은 큰 생명의 뿌리에서 나누어진 가지들이다. 경우에 따라 가지는 시들어도 그 생명의 뿌리는 결코 시드는 일이 없다. 생명의 뿌리는 우주의 근원적인 원리이기 때문이다.

"입시에 낙방당한 부모들에게" - 교육이 참으로 해야 할 일은 그럴듯한 직업을 얻도록 준비시키는 것이 아니라 삶의 전과정을 이해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무엇이 진리이고 삶의 진실인지 스스로 찾아내도록 거드는 일입니다. 우리들의 삶이 그저 그렇고 그런 잿빛 일상으로 그쳐서는 안됩니다. 삶은 말할 수 없이 엄청난 신비입니다. 그 사람 자신이 스스로 찾아내야 할 신비입니다.

"승가의 기초교육" - 눈길을 걸을 때 / 함부로 밟지 말라 / 내가 걷는 이 발자국 / 뒷사람의 길잡이가 되리니.

"크게 버려야 크게 얻는다" - 피어 있는 것만이 꽃이 아니라 지는 것도 또한 꽃이다.

"인생을 낭비한 죄" - 삶이란 누구에게서 배우는 것이 아니다. 우리 자신이 저마다 삶의 현장에서 몸소 귀기울여 들으면서 순간순간 이해하는 일이다. 그러기 때문에 삶은 영원히 새로운 것일 수 있다. 따라서 사람은 저마다의 삶에 책임이 있다. 외부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만이 아니라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끝없는 관심을 가지고 낱낱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당당하게 살려는 사람만이 자기 몫의 삶에 책임을 진다.

"장마철 이야기" - 그 한가와 고요와 맑음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만한 보상을 치른다는 사실을 알기나 하는지. 그래서 세상에는 공것도 없고 거저 되는 일도 없다. 그 어떤 형태의 삶이건 간에 그 삶의 차지만큼 치러야 할 몫이 있는 법이다. 크면 클수록 많으면 많을수록 치러야 할 그 몫도 또한 크고 많을 수밖에 없다.

"남의 삶과 비교하지 말라" - 사람은 저마다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독창적인 존재다. 그러기 때문에 사람마다 삶의 조건이 다르고, 삶의 양식이 다르며, 또한 그 그릇이 다르다. 그래서 저마다 자신의 그림자를 이끌고 자기 몫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2010년 5월 25일 화요일

서 있는 사람들 - 법정 (1978)

얼마 전에 입적하신 法頂 스님의 책을 읽었습니다. 꼭 읽어봤어야 할 책을 읽지 못한 것 같아서 항상 마음이 찜찜했었는데, 마음 먹고 여러 권을 연속해서 읽어야 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솔직히 그 동안 스님의 이름만을 듣고 있었을 뿐, 왜 훌륭한 스님이신지, 어떤 생을 살아오신 분인지, 어떤 가르침을 주신 분인지 전혀 몰랐었습니다. 그저 남들이 훌륭한 분이라 하니 훌륭하신 줄 알았던 것이죠. 창피합니다. 그래서 늦었지만 스님의 책을 읽으며 어떤 분이길래, 어떤 가르침을 주셨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도서관에서 스님의 책을 빌리기 위해 검색하던 중에 몇 번을 놀라고 더욱 창피해졌습니다. 우선 그렇게 많은 책을 쓰셨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또 그렇게 많은 책들이 대출 중이라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오래 전부터 책을 쓰셨다는 사실에도 놀랐습니다. 이러한사실들에 더해 지금까지 스님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사실에는 창피보다는 어떤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너무 늦게 재미를 붙인 책읽기지만, 이런 두려움을 앞으로 계속 간직하여 좋은 습관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이 책은 스님께서 1973년부터 1978년 사이에 쓰셨던 여러 글들을 "山居集", "毒感時代", "茶來軒閑談", "悲", "出世間"의 다섯 주제에 따라 모아 묶은 것입니다. 스님의 일상, 경험과 관련한 글, 사회성을 많이 가진 글, 불교의 원리나 가르침에 관한 글 등 여러 가지 내용입니다. 뜻을 알지 못하는 한자로 된 낯선 용어들이 몇 개 나오기는 하지만, 사전을 찾는 별다른 노력은 하지 않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다양한 내용들을 읽으면서 느낀점들을 정리해보면,
  1. 좋은 글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2. 자연의 소중함은 불변의 진리이다.
  3. 민족 고유 문화의 소중함 역시 불변의 진리이다.
  4. 착하고 겸손하게 살아야겠다.
  5. 계속해서 스님의 여러 책을 읽어야겠다.
등입니다. 이제 겨우 한 권의 책을 읽고 감히 어떤 생각을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늦었지만, 지금 가진 생각대로 스님의 여러 책들을 더 읽고 더 많은 가르침을 접할 수 있도록 해야 겠습니다. 너무 늦은 생각에 스님께 죄송한 생각이 듭니다.

2010년 5월 15일 토요일

딜리셔스 샌드위치 - 유병률 (2008)

현재 다니는 직장의 모기업에서는 모든 직원들에게 1달에 독후감 1편을 제출하게 합니다. 한달은 자유롭게 도서를 선정하고, 다른 한달은 권장도서를 지정해주어 같은 모든 직원들이 같은 도서를 읽게 됩니다. 1주일 전에 6월과 8월의 권장도서가 발표되었는데 그 중의 한 권이 바로 유병률 기자의 "딜리셔스 샌드위치"였습니다. 좋은 책을 고르기 위한 수고를 아끼려고 또한 직원들에게 권장하는 도서라면 당연히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 보았습니다. 역시 회사의 직원들에게 권장하는 도서인 만큼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누구에게나 권할 만한 책이였습니다.

그림도 없는 까만색 하드커버, 표지의 앞뒤에 모두 있는 뉴욕이라는 말, 내용을 예측할 수 없는 낯선 제목, 비교적 얇아 보이는 두께 등 첫 인상이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주말에 주로 도서관을 이용하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분으로 다른 책을 한 권 더 빌려올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책의 내용과 구성에 바로 감탄하기 시작했고, 흥미로운 소설을 읽듯이 빠른 속도로 읽게 되었습니다.

먼저 책의 내용에 대해 간단히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책의 시작은 뉴욕의 문화와 경제에 대한 작가의 생각으로부터입니다. 작가는 뉴욕이 런던과 파리를 뛰어 넘는 세계 최고의 도시가 된 계기를 문화에서 찾고 있으며, 57번 스트리트, 소호, 첼시로 이어지는 뉴욕 문화와 경제의 숨바꼭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경제 분야에 있어서의 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합니다. 수많은 개인들에 의해 진화하는 웹2.0, 문화적 배경을 갖춘 팀빌딩형의 CEO3.0, 여행같은 출장 및 문화마케팅의 강조 등 최근의 패러다임 변화들을 몇 가지 사례들을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해 줍니다. 그리고 실제 개인적으로 즐길 수 있는 문화적인 생활에 대해 안내를 해 줍니다. 입장료가 비싼 유명 예술인들의 공연 등을 관람해야만 문화적인 생활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들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적인 마인드가 더욱 중요하다는 내용에는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앞의 내용과는 좀 거리가 있는 듯도 하지만, 웹2.0 시대에서 자신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써 글쓰기를 제시하였습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CEO Jonathan Schwartz의 블로그, 하버드의 익스포스 (Expos) 글쓰기 프로그램, 전 코카콜라 회장 Douglas Taft의 2000년 신년사 등의 예시와 함께 잘쓰는 글쓰기보다 논리적 흐름이 있고,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내용으로 글쓰는 것을 권유합니다.

길지 않은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문장들과 공감을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블로그와 관련된 내용들은 제가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를 더 분명하게 만들어주었고, 과거 잠깐 활용하다가 잊고 말았던 블로깅 경험을 반복하지 말자는 다짐을 더 강하게 해주었습니다. 덕분에 이 블로그의 제목대로 현재 수행하고 있는 업무 분야에 대한 글을 주로 올리려고 했던 만들 당시의 목적을 다시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좀더 노력해서 Quantity Surveying과 관련된 글들을 남길 수 있도록 해야 겠습니다.

또다른 공감 부분은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입니다. 우리나라의 사회는 남과 다른 것을 인정해주지 않는 사회입니다.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심지어는 취미에서도 남과 다른 나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지 못하고 남과 같은 부분의 문화를 남보다 더 잘해야 우월해질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이 넘쳐나는 사회입니다. 다른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문화적이지 못한 우리의 문화를 변화시켜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공감 부분은 문화에 대한 접근 방법입니다. 작가는 다양한 글로써 문화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문화를 알아야 한다는 것은 마인드를 배우자는 것이지, 모르던 지식을 공부하자는 뜻이 아닙니다."라든지 "문화는 살아가고,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입니다." 등과 같은 문장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한 번도 문화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다룰 수 있는 악기도 없고, 그림을 직접 그린 적은 학교 졸업하고 한 번도 없습니다. 다만 제 나름대로 문화를 즐기는 방법들을 찾으려 애썼고, 나름 여러 가지 문화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1. 공립도서관 이용: 과거에는 학교도서관이나 공립도서관을 이요했다기 보다는 열람실만 이용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이용 방법을 잘 몰라서 그랬었기도 했겠지만, 책 빌리고 열람실에서 공부하는 것 말고는 딱히 할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의 도서관은 전혀 다른 곳 같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별도의 도서관을 갖추고 있어서 애들과 함께 즐길 수 있고, 멀티미디어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예약을 하면 영상학습교재, 각종 영화 등의 DVD 등을 쉽게 시청할 수 있고, 소장하고 있는 도서뿐 아니라 잡지의 종류도 아주 다양하여 주말에 가족과 함께 자주 방문하고 있습니다.
  2. 문예회관 이용: 제가 살고 있는 안양시 비산동에서 15분 내에 수 있는 공연장을 갖춘 문예회관만 해도, 과천, 의왕, 안양, 평촌, 군포 등 5 곳 이상입니다. 특히 과천의 어린이 대상 공연들은 어린 자녀들이 있는 가정에 강력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주 적은 금액으로 회원이 되면 각종 공연들을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고, 꼭 회원이 아니더라도 잘 고르면 1~2만원 정도의 금액으로 훌륭한 공연을 관람할 수도 있습니다.
  3. 기업 인터넷 홈페이지의 문화이벤트 참여: 대기업들의 홈페이지에서는 다양한 문화이벤트들이 열리고 있습니다. 제가 이용했던 것 중에 좋았던 것은 금융기관에서 매년 진행하는 사생대회, 휘발유 주유할 때마다 생기는 영화, 미술관 등의 이벤트 참여 기회, 신문사 제공 포인트로 이벤트 참여 등입니다. 생각하는 것보다 기회도 많고 당첨될 확률도 꽤 높은 것 같습니다.
등의 방법으로 문화와 가까와지려고 노력하고있습니다. 도서관과 기업 인터넷 이벤트에는 당연히 돈이 전혀 들지 않고, 문예회관의 공연을 볼 때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관람료만 지불하면 됩니다. 문화 생활은 분명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인 및 작품들처럼 멀리 있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며칠 전에 업무와 관련한 회사 회의 도중 "compact"라는 단어를 접했습니다. 현재 진행하는 도심형생활주택 프로젝트의 광고를 위한 회의였는데, 광고 컨셉으로 "compact"이 선정된 프리젠테이션이 진행되었습니다. "compact"의 어감이 뭔가 작은 규모의 상품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이 바로 "compact"의 의미를 잘 갖추고 있습니다. "compact"는 그저 작은 것이 아니라, 작지만 완벽할 것 같은 어감이 있습니다. 이 책은 페이지는 "compact"하지만 품고 있는 내용은 완벽할 정도로 훌륭합니다.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분들은 모두 한 번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