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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4일 금요일

이기는 습관 - 전옥표 (2007)

제목부터 참 강한 책입니다. "좋은 습관"도 아니고, "행복한 습관"도 아니고, "이기는 습관"입니다. 제목과 같이 1등 조직이 되기 위한 크게는 6가지, 세부적으로는 22가지의 "이기는 습관"을 제시해주는 책입니다. 작가인 전옥표 대표는 (주)에스에이엠티유의 대표이사 사장이며, 삼성전자의 상무이사 출신으로 "애니콜, 파브, 지펠, 하우젠 등의 마케팅 성공신화를 일구어낸 주역"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또한 "역동의 현장만을 따라 다니며 현업의 전쟁터에서 승리를 이끈 명장"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왠지 삼성전자의 임원 출신이라면 "이기는 습관"이 몸에 배어 성공을 위한 강한 추진력을 소유하고 계신 분일 것만 같습니다.

작가에 대한 소개와 함께 책표지에서는 이 책을  "승리하는 방법, 골을 넣는 방법, 실전의 싸움에서 성공을 맛보는 방법"에 대한 가장 현실적이며 실용적인 해법서"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책에 대한 소개 문구들로 말미암아 책을 읽기 전부터 큰 기대를 가졌습니다. 학교다닐 때부터 분명히 상위권에는 있었지만 한 번도 1등이 되어 본 경험을 갖지 못했던, 직장에서도 인정받고는 있지만 또 무엇인가는 부족하게 느껴지는 저와 같은 사람들이 갖지 못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무엇인가에 대한 기대였습니다.

책의 세부적인 내용에는 저의 기대감을 채워줄 수 있는, 즉 1등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로 저에게 새겨진 내용은 "긴장감이 사라지면 몰락이 시작된다"이었습니다. 조직에 긴장감을 주기 위해 때로는 없는 위기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리더의 일이라고 설명합니다. 두 번째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해라"입니다. 마쓰시다 전기를 창업한 경영의 신 마쓰시다 고노스케의 세가지 은혜 (가난, 허약, 무학), 페니실린을 발견한 플레밍의 열악한 연구실, 어느 패션계의 여사장의 능력없는 부모 등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는 "조직이 직원에게 해줄 수 있는 최상의 복지는 지독한 훈련이다" 입니다. 얼마전 읽었던 한미파슨스 김종훈 회장의 "우리는 천국으로 출근한다"에서도 회사가 주는 최고의 선물은 무자비한 훈련과 교육이라는 비슷한 말이 있었습니다. 사실 직원에 대한 교육과 훈련은 직원들과 회사가 함께 발전하고 또 발전을 지속하기 위한 필요조건일 수 있습니다.

승리를 위한 좋은 지침은 계속 이어집니다. "언제나 준비된 사람, 단정함으로 무장하라". 징기즈칸의 제국 건설의 기틀이 몽골군의 잘 정비된 개인 장비로부터 이루어졌다는 설명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자가 결국은 큰 일을 이룬다"입니다. 작가는 하우젠 브랜드의 대성공이라는 개인적인 사례를 들며 집요함이 이 책에의 다른 이기는 습관보다도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 외에도 "이기는 사람은 자신의 실패를 떳떳이 인정하고 공개한다", "인간에 대한 첫 번째 예의, 인사", "웃음은 생명줄과도 같다", "성실없이 진정한 성공은 불가능하다" 등과 같이 1등을 위한다기 보다는 인간적인 삶에 도움이 되는 내용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지침들에도 불구하고, 책의 2/3 정도 읽었을 때부터 무언가 좀 다른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중, 고등학교 시절 부모님께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심하게 들었던 것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 하고,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그리고 노는 것은 대학 간 뒤에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잔소리말입니다. 이 책은 1등이 되기 위한 습관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왜 1등을 해야 하는가가 아닐까요. 1등을 하면 행복할 수 있는걸까요. 흔히 하는 얘기처럼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더 많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1등이 되기 위한 전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기업을 1등으로 만들기 위한 개인의 희생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다른 회사들보다 연봉 얼마를 더 주고, 임원이 되어 업그레이드된 인생을 살 가능성이 있고, 부모 말씀 잘 들어서 좋은 대학 나와 좋은 회사에 취업하여 자부심을 갖을 수 있다는 사실들이 행복을 위한 조건들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아래 직원들의 희생을 밟고 일어나 임원이 되고, 그 후에도 오로지 실적만으로 평가되는 냉정한 현실에서 과연 인간적인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요?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고성장 시대의 패러다임을 인간적인 감성을 반영할 수 있는 서비스 중심의 행복 추구라는 패러다임으로 바꿔야만 할 것입니다.

앞서 저의 마음 속에 새겨진 내용으로 소개드렸던 "긴장감, 어려운 환경, 지독한 훈련, 단정함, 집요함" 등은 역으로 생각하면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는 단어들입니다. 1등, 행복, 성공에 대한 다양한 기준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부터 인정하고 새로운 의미를 정립해야 할 것입니다. 평균 이상을 하면 1등은 되지 못하지만 칭찬받을 수 있는, 그리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가치관이 형성된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발전하지 못하고, 다시 먹고 살기 힘든 세상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론 당장의 발전 속도가 늦어질 수는 있겠지만 먼 미래를 본다면 급할 수록 돌아가는 지혜가 필요하겠습니다.

책의 중간에 이런 표현이 나옵니다. "목표는 원대하게, 과정은 철저하게, 평가는 냉정하게". 1등이 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목표는 현실적으로, 과정은 효과적으로, 평가는 후하게" 해서 1등하지 않고 2등, 3등 혹은 평균 이상만 하면 어떻겠습니까? 분명히 세상에는 1등과 꼴찌만이 있지 않습니다. 누구나 개인이 가진 역량에서 최선의 노력을 하고 그 결과에 대해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가치관을 키워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1등이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때로는 규칙을 어기고 바꾸려 하는 삶보다 20등, 30등을 해도 인생의 또 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있고 이로 인해 행복할 수 있는 삶을 그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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