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Elisabeth Kubler-Ross)는 인간의 죽음에 대한 연구에 일생을 바친 정신의학자로 세계 최초로 호스피스 운동을 일으킨 분입니다. 또 한 명의 저자인 데이비드 케슬러 (David Kessler)는 그녀의 제자로 미국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로 평가됩니다. 그들은 함께 죽음 직전의 사람들과 대화하며 죽음을 연구하고 죽음을 통해 "인생에서 꼭 배워야 할 것들"을 여러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해 주었습니다.
작가에 대한 소개와 책 표지에 있는 짧은 카피들 ("인생과의 작별을 눈앞에 둔 101명이 말하는 삶에서 배워야 할 것과 삶이 가르쳐 주는 것",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하라" 등)은 책을 읽기 전에 어떤 선입관을 갖게 합니다. 죽기 전에 사는 동안 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에 대해서 후회를 하고, 따라서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을 꼭 해야 한다 등과 같은 생각들입니다. 실제 책의 내용도 단순히 생각하면 그러한 선입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책 속에는 다양한 죽음들과 그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존경스러운 삶들이 있습니다. 단순히 죽음을 앞둔 후회에서 오는 교훈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하나의 과정을 마감하고 새로운 시작을 앞둔 사람들의 위대한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즉 작가의 말대로 "죽음과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책이 아니라, 삶과 살아가는 일에 대한 책"인 것입니다.
이 책이 미국에서 출판된 것은 2000년으로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한국어로 번역된 해도 2006년으로 출판 년도에 비해 상당히 늦었을 뿐만 아니라 거의 5년이 지났습니다. 개인적으로 좀 우스웠던 것은 이 책이 제 방 책장에 2006년부터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상하게도 거의 5년 동안 눈에 띄지 않다가 2011년이 되어서야 우연히 읽은 책이 이렇게도 큰 감동을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습니다. 또 하나의 우연은 이 책을 읽던 중에 아버지가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다행이 초기라서 치료가 잘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때문에 더 큰 감동을 받았을 수도 있겠지만, 반드시 그런 이유만은 아닙니다. 이 책에는 정말 나의 삶을 생각하게 하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책은 모두 10개의 부분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구분은 크게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이야기가 물흐르 듯이 비슷한 분위기로 이어집니다. 물론 각 부분이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어쩐지 읽고나면 같은 이야기를 계속 읽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 현실의 삶을 자기 자신으로 살지 못하고 가면과 역할들에 가려져 있다고 말합니다. 진정한 자신이 된다는 것은 감추고 싶은 자아의 어두운 부분까지도 포함해서 자신의 인간적인 자아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찾는다는 것은 필요없는 부분을 깍아내어 원래 대리석에 들어있던 조각상을 꺼냈을 뿐이라는 미켈란젤로의 대답과 같이, 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불필요함을 버림으로써 온전한 자신을 꺼내는 것입니다.
2. 사랑 없이 여행하지 말라: 조건없는 무조건적인 사랑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 한 예로 어린 아이들이 부모에게 주는 사랑을 듭니다. 보통 부모들의 사랑이 조건없다고 생각이 들지만, 이 책에서는 부모들이 아이의 웃음이나 좋은 성적, 말 잘 듣는 것에 대해 보상을 해줌으로써 사랑에 조건을 다는 법을 가르칠 뿐이라고 합니다. 또한 자기애에 대해서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우리 주위에 언제나 있는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그리고 모든 장벽을 없애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3. 관계는 자신을 보는 문: "상호작용"으로서의 관계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관계란 배우자나 가족, 몇몇 친구들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맺어지는 것입니다. 관계에는 "나 자신"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즉 관계를 통해 나 자신을 볼 수 있습니다.
4. 상실과 이별의 수업: 개인적으로 이 책의 하일라이트라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부모님의 죽음과 같은 큰 일에서부터 작은 소지품을 잃어버리는 작은 일까지 많은 상실과 이별의 경험을 갖습니다. 상실을 경험하고 치유하며 삶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종합병원에는 하루에도 몇 명이 죽어 나가는 암병동이 있는가 하면, 새 생명이 시작되는 신생아실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겠습니다.
5. 아직 죽지 않은 사람으로 살지 말라: 인연, 우연, 감사, 용서 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중요한 것은 재산이나 학위 등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가슴 뛰는 삶을 위하여", "영원과 하루", "무엇을 위해 배우는가", "용서와 치유의 시간", "살고 사랑하고 웃으라" 등의 부분에서 다양한 삶의 교훈들을 이야기해 줍니다. 이 책을 번역한 류시화 시인은 죽음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삶의 과목을 사랑, 관계, 상실, 두려움, 인내, 받아들임, 용서, 행복 등으로 정리했습니다. 그리고는 "살고 Live, 사랑하고 Love, 웃으라 Laugh. 그리고 배우라 Learn. 이것이 우리가 이곳에 존재하는 이유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몇 개의 단어들이 이 책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들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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