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발적인 제목을 가진 책의 작가는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이다. 아침방송에서 아주머니들과의 토크가 더 어울리는, 장난기 가득해 보이는, 곱슬머리의 키작은 분 정도가 이책을 읽기 전 가졌던 이 분에 대한 이미지였다. 책을 읽고난 지금, 이 분은 말 그대로 "감탄"할 만한 분이다. 에필로그에서 본인이 직접 설명한 것과 같이 이 분은 "제대로 공부한 문화심리학자"임을 확실하게 알았고, 이 책 또한 "간단한 말장난이 아닌 깊은 학문적 성찰의 결과"임을 부정할 수 없다.
책의 내용은 그 제목과 사뭇 다르다.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할 일도 없고, 철이 들어도, 들지 않아도 상관없다. 책에서는 사는게 재미없는 중년의 남성들에게 잘 놀아야 하고, 재미있게 살아야 하고, 행복해야 한다고 몰아친다. 탄탄한 학문적 배경에 유쾌한 글솜씨까지 더해져 이 책을 읽는 것 만으로도 재미와 행복을 가질 수 있다. 독서의 재미와 행복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 고마운 책이고, 이 분의 다른 책들도 부지런히 찾아 읽겠다는 욕심이 자연스러워진다.
http://book.naver.com/search/search.nhn?query=%EA%B9%80%EC%A0%95%EC%9A%B4
책의 분위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하다. 작가의 경험 및 에로틱한 농담들과 완전히 반대되는 학문적 뒷받침 및 공감가는 조언들이 균형있게 등장한다. 기본적으로 아주 재미있는 책이고, 가장 큰 키워드는 "행복"이다. 주된 내용들은 왜 그렇게 많은 부장님들이 쉽게 짜증을 내고, 입꼬리가 처져있고, 불쌍하게 느껴지는지에 대한 설명과 처방이다. 어느덧 50을 바라보는 중년의 나이, 5년 전 제주 생활을 시작하면서 느낀 행복,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회사에서의 스트레스 등 내 경우가 그대로 보여진다. 이러한 "공감" 또한 책의 재미를 몇 배로 불려주었다.
몇가지 기억에 남는 챕터들 내용을 정리해 본다.
"어느 날부턴가 김혜수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 사는 게 재미없기 때문에 생긴 남자들의 집착에 대한 얘기다. 큰 가슴, 마라톤, 폭탄주, 스킨쉽의 네가지다. 나는 몇가지에 해당하는가?
"망각할수록 삶은 만족스러워진다" - 기억력이 감퇴하고 논리적 판단능력이 사라지는 노화 현상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자. 망각하는 만큼, 우리 삶은 만족스러워지고 있다.
"아, 그렇다. 그런데 그게 도대체 어쨌단 말인가" - 30년간 잘못 알아온 세계문학전집에서의 독백. 분명 나도 그런 것이 있을진대, 그게 도대체 어쨌단 말인가. 앞으로 이 말이면 스트레스 받을 일이 80%는 사라질 것이다. 최근 받는 회사 동료와의 스트레스도 평소 내가 좋아하는 말로 날려버리자. "뭐 어쩌라고"
"잘 보라, 독수리오형제는 절대 형제가 아니다" - 지구를 지키는 일은 삶의 재미와 놀이를 통한 정서공유, 의사소통을 통한 존재 확인의 과정이 생략된 이들의 것. 이야기가 없는 삶은 삶이 아니다. 자신에 관해 이야기하자. 제주에 사는 이유인 것 같다.
"식욕, 성욕은 인간의 욕구가 아니다" - 도대체 왜 사는가? 행복하려고 산다.
나이탓이기도 하겠지만 최근들어 손이 가는 책들은 "행복"에 관한 것들이 많다. 아직 충분히 행복하지 못한 것인가? 목표는 분명하다. 행복하게 살자. 좀 미안하지만, 가족이나 친구, 동료들이 다같이 행복할 수 없다면, 나라도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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