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우리말 제목은 "왜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까?"입니다. 책의 처음부터 다양한 잘못된 결정들과 흥미로운 실험들의 사례를 나열해 줍니다. 책의 전체적인 흐름은 그리 쉽지 않지만, 사례들을 읽으면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바로 판단할 때 발생하는 일반적인 실수들을 알려주고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는 방법들입니다. 하지만 책을 모두 읽은 후의 솔직한 느낌은 "그러한 방법들이 나와있지는 않은 것 같다"입니다.
이 책에서는 (다른 일반적인 책들과는 달리) 작가인 마이클 모부신에 대한 별도의 설명이 없습니다. 다만 책 맨 앞의 유명인들의 짧은 서평들에서 그가 금융계에서 활동하는 투자전략가임을 알 수 있고, 본문을 읽는 중에 그의 이론들이 심리학과 행동경제학 (behavioral economics)에 많은 근거를 두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위키피디아에서는 행동경제학을 "이성적이며 이상적인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를 전제로 한 경제학이 아닌 실제적인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여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경제학"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들어보는 용어라서 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제가 이해한 것이 맞는 지는 모르겠지만, 경제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경제적인 행동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학 이론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렇다면 제가 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이 행동경제학의 연구 대상일 수 있겠습니다.
본문에서의 첫 사례는 2008년 3대 경마대회에서 트리플 크라운에 도전했던 빅 브라운이라는 경주마에 대한 것입니다. 빅 브라운의 주인을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트리플 크라운의 달성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러한 기대와는 정반대로 마지막 경주에서 꼴찌를 차지하게 됩니다.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고 과거의 비슷한 사례의 기록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판단을 했다면 꼴찌를 차지할 경주마에 75% 이상의 우승 가능성을 두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겁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객관적이지 못한 것과 관련하여 사회심리학자들이 언급한 세 가지 착각에 대해서 서술합니다. 첫 번째 착각은 자기 자신이 매우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실제 하위 25%에 속하는 사람들이 상위 25%에 속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자신의 미래를 다른 사람들의 미래보다 밝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낙천적인 착각입니다. 세 번째는 통제의 착각으로 우연한 사건에 관해서도 자신의 통제에 있는 것으로 착가하는 것입니다. 작가가 던진 질문에 "예"라고 대답하면서 웃음짓게 됩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례는 음악에 따라 와인의 선택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슈퍼마켓에 프랑스산과 독일산 와인을 함께 진열해 놓은 상황에서 독일 음악이 나오면 독일산 와인의 선택율 (73%)이 높아지고, 프랑스산 음악이 나오면 프랑스산 와인의 선택율 (77%)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고객의 86%는 음악이 그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부인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례를 보면 논리적으로 관련이 없다고 판단되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교묘히 조작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매스미디어에 의한 여론 조작이라든지, 인터넷의 여론 몰이 등이 실제로 가능한 일이며, 점점 진실을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한 자신이 점점 없어집니다.
좋지 않은 성적으로 시즌을 시작했다가 결국은 1위로 시즌을 끝낸 2005년 양키스의 이야기, 비행사에 대해 모욕을 주어야 다음 비행이 좋아진다고 생각하는 이스라엘 공군 교관의 이야기, 일정 수준에서 약간만 벗어나도 엄청나게 결과가 달라지는 밀레니엄 브리지에 관한 이야기 등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는 사례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작가의 이론과 사례들이 적절히 섞여 있어 지루와 흥미를 반복해서 읽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친절하게 아래의 키워드로 책의 전체를 요약해 줍니다.
1) 인식을 일깨우자.
2)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자.
3) 실력과 운의 역할에 관해 깨닫자.
4) 피드백을 구하자.
5) 체크리스트를 만들자.
6) 사전분석을 실시하자.
7)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자.
우리는 모두 가정에서, 직장에서 크고 작은 많은 판단을 하게 됩니다. 저만 해도 최근에 딸의 교육 환경을 위해 이사를 해야 할 것이냐라는 큰 고민을 하고 있고, 몇 달 전에는 어떤 직장으로 옮겨야 하는 지에 관한 커다란 판단을 해야 했습니다. 어떤 판단이던 많은 생각을 하고 그 결과로 얻게되는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있겠지만, 이 책에서는 그러한 논리에 결정적인 잘못이 있을 수 있다는 경고를 해줍니다. 객관성이 결여된 주관적 생각,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확증편향", vision tunnel, 전문가들의 의견에 있어서의 오류, 자신도 모르는 상황의 영향, 집단 행동에 의한 영향,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취약성, 실력과 운의 혼동 등 많은 요인들에 의해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됩니다. 역시 많은 책을 읽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 나가는 것만이 여러 위험 속에서 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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