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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21일 월요일

마케터는 새빨간 거짓말쟁이 (All Marketers Are Liars) - Seth Godin (2005)

이번에는 마케팅에 관한 책을 읽었습니다. 세계적인 마케팅 관련 베스트셀러 작가인 세스 고딘이라는 이름을 우연히 알게 되어 그의 여러 책들 중에서 하나를 골랐습니다. 그저 하얀색의 바탕없는 하드 커버 위에 선명한 선홍색의 작은 원 하나와 사람 그림 하나, 특이한 표지 디자인이 색다른 흥미를 불러 일으키게 합니다. 책의 제목도 약간은 자극적인 "마케터는 새빨간 거짓말쟁이 (All Marketers Are Liars.)입니다. 그런데 표지속의 사람을 자세히 보면 무언가를 말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책의 키워드라 할 수 있는 "스토리"를 전달하고 있는 듯 합니다.

책을 펼치면 표지와 같은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강렬한 선홍색의 큰 원으로 각 장의 제목을 강조하고, 같은 색으로 강조된 또한 내용도 약간은 자극적인 소제목들을 보게 됩니다. 작가의 전작인 "보랏빛 소"를 연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책의 겉모양과 함께 키워드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설명하고 있는 성공적인 마케팅의 비밀은 바로 "스토리텔링"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로 각 페이지 마다의 내용은 일관적이지 못한 듯 하고, 가끔 튀어나오는 작가의 장난기어린 문장도 접하게 됩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읽다보면 그동안 기억의 한편에 머물러있던 다양한 광고의 스토리들이 떠오르면서 작가의 전달하고자하는 내용이 이해가 되기 시작합니다.

책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실제 사례를 통해 들려 줍니다. 정말 기억에 남아있는 성공적인 광고들에는 무언가 다른 스토리가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최근 가장 성공한 제품이라 할 수 있는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에는 디자인, 단순한 기능, 스티브 잡스, 애플 매니아, 어플리케이션 등 수많은 스토리가 있지 않습니까?  작가가 제시하는 "위대한 스토리"의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위대한 스토리는 진실하다.
  2) 위대한 스토리는 약속을 담고 있다.
  3) 위대한 스토리는 신뢰받는다.
  4) 위대한 스토리는 모호하다.
  5) 위대한 스토리는 급속히 자리 잡는다.
  6) 위대한 스토리는 논리보다는 감각에 호소한다.
  7) 위대한 스토리가 모든이를 겨냥하는 경우는 드물다.
  8) 위대한 스토리에는 자기모순이 없다.
  9) 그리고 무엇보다도, 위대한 스토리는 우리의 세계관과 일치한다.

다음은 범위를 넓혀 책의 중심 내용인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성공적인 마케팅이 거치는 단계를 다음과 같이 스토리텔링합니다.
  1) Step 1: 그들의 세계관은 당신이 마케팅을 시도하기 전에 이미 형성되었다. - 여기서 세계관이란 개개의 소비자가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적용하는 원칙과 가치관, 신념, 성향 등을 가리킨다. 따라서 현명한 마케터라면 사람들의 세계관을 바꾸기 변화시키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종류의 세계관을 지닌 사람들을 찾아 그 세계관에 맞춰 스토리의 프레임을 짤 것이다.
  2) Step 2: 사람들은 오직 새로운 것에만 주목하고 궁금해한다. - 최고의 마케팅 기술은 획기적이고 이해하기 쉬우며 잘 퍼질 것 같은, 그렇지만 간단한 스토리를 만들어 퍼뜨리는 것이다.
  3) Step 3: 스토리는 첫인상에서 시작된다. - 소비자들은 '선택'이라는 잔인한 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해 순간적인 판단을 내리고, '첫 만남'이 아닌 진정성을 가진 '첫인상'이 중요하다.
  4) Step 4: 위대한 마케터들은 믿을 만한 스토리를 들려준다. - 완전무결하게 진실인 스토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위해 진실을 바탕으로 하는 악의없는 거짓말이 중요하다.
  5) Step 5: 믿음을 주는 마케터가 성공한다. - 최고의 스토리는 진정성이 깃든 스토리다. 진정성이 없다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단 한 번뿐이며 그것으로 끝이다.

이후 작가는 다양한 사례들과 전작인 "보랏빛 소가 온다"의 내용과 함께 위의 내용들을 강조합니다. 위의 내용들과 함께 한 가지 더 기억나는 것은 "스토리"가 어떻게 전달되고 퍼져나가느냐입니다. 위대한 스토리들은 따로 광고를 하거나 소문을 내지 않아도 말 그대로 입소문을 타고 퍼져 나갑니다. 여러분들도 어떤 새로운 제품을 사용하고 크게 만족하였다면 이 사실을 친구들에게 자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겁니다. 아이폰과 관련한 수많은 개인 블로그들을 보십시오.

15년 가까운 직장생활을 해 오면서 마케팅에 대해서 크게 생각해본 적은 전혀 없었습니다. 특히 건설업계에 종사해왔기 때문에, 공사나 용역의 수주를 위한 "영업" 또는 "접대"의 개념만을 알고 있었고, 그러한 "영업"은 나에게 피해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내 주위에 있는 "마케팅"은 TV 광고 정도만이었고, 굳이 건설업에서 찾는다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형건설업체들이 아파트 브랜드화 정도만 해당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말그대로 마케팅은 엔지니어인 나와는 관계없는 "다른 전문가의 영역"이었습니다.

저는 최근에 새롭게 출발하는 회사로 이직을 했습니다. 회사가 출범한 시기는 2009년 12월로 이제 6개월이 지났습니다.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인 건설 프로젝트에서의 Cost Management (Quantity Surveying)은 아직 국내에 시장조차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영업에 상당히 고전을 하고 있으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건설 프로젝트의 발주자들에게 새로운 "스토리"를 전달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제가 이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것도 "한국에서의 QS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라는 한 마디로 설명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시기에 이 책을 읽게된 것이 우연이 아닌 듯 합니다. 제 개인을 위해서도, 회사를 위해서도 "Why Cost Management (QS)?"와 "Why Turner and Townsend Korea?"라는 멋진 스토리를 만들고, "영업"이 아닌 "마케팅"에 새로운 또한 즐거운 도전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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