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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10일 토요일

텅빈 충만 - 법정 (2001, 개정판)

저에게는 세 권째로 법정 스님의 책을 읽었습니다. 제목이 참으로 멋집니다. "텅 빈 충만". 이 제목을 들으면 역설법 (逆說法)으로 생각되지만, 법정 스님의 글을 보면 진정으로 텅빈 충만을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빈방에 홀로 앉아 있으면 모든 것이 넉넉하고 충분하다. 텅 비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가득 찼을 때보다도 더 충만하다." 텅 빈 충만은 고사하고 있는 것에라도 만족하고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번 책을 읽고나서는 앞의 두 권의 책을 읽은 후와는 좀 다른 느낌을 가졌습니다. 아마 "역사는 되풀이되는가" 편의 현실 정치에 대한 글들 때문일 겁니다. 전에 읽었던 책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현실사회에 대한 강한 비평에는 기억 속에서 거의 사라져간 제5공화국, 대통령 직선제, 청문회 등의 말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현실참여와는 거리가 있었던 저의 대학생활이 생각나며 또 한번의 반성을 하게 되었고, 상황을 바로보고 바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이러한 다짐을 현실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마도 독서하는 습관일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책을 읽는 습관을 가진 것에 다시한 번 감사하고 좋은 습관을 지켜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책의 곳곳에 평소에 가장 존경하는 분으로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마하트마 간디에 대한 말씀이 들어 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보았던 영화 '간디'를 보고 난 후의 느낌이 새삼스럽게 떠오릅니다. 학교 시험이 끝난 후 친구와 몇 개 영화를 놓고 저울질하다가 무슨 이유에선지 간디를 선택하였고, 영화를 보고 나온 후 받은 감동과 함께 간디를 선택했다는 사실에 마음 속에서 제 자신을 너무 기특해 했었습니다. 그때 본 영화를 꼭 다시 구해서 봐야겠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가슴에 와 닿는 좋은 구절을 읽었을 때, 책을 읽은 후 한번 더 마음에 새기고자 표시를 해 두었습니다. 표시된 부분을 아래에 다시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런 나무의 그늘에 견줄 때 우리들 사람의 그늘은 얼마나 엷고 빈약한가. 사람의 그늘은 덕인데, 눈앞의 사소한 이해타산에 걸려 덕의 그늘을 펼칠 줄 모른다. - 나무 아래서 무심을 익히다

그러니 사람은 살아 있을 때 사람 노릇을 해야 한다. 서로 믿고 의지하고 돕고 사랑하는 일이 인간의 길 아니겠는가. 너무 비관할 것 없다. 그렇다고 자만도 금물이다. 그저 사람 노릇 잘하면 사람이 된다. - 연기와 재를 보면서

과속은 무감각 상태를 가져온다. 그것은 맹목적인 행동과 같다. 너무 조급히 서둘다보면 조그만 일에서 오는 삶의 잔잔한 기쁨과 고마움을 놓치기 쉽다. 등산의 기쁨은 산을 오르는 일에 못지않게 산을 이만치서 바라보는 여유에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우리는 너무 서두른다

빈방에 홀로 앉아 있으면  모든 것이 넉넉하고 충분하다. 텅 비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가득 찼을 때보다도 더 충만하다. - 텅 빈 충만

자연은 이렇듯 우리에게 많은 선물을 무상으로 열어 보이고 있는데, 일상에 찌든 사람들은 그런 선물을 받아들일 줄을 모든다. 받아들이기는 그만두고 얼마나 많이 허물며 더럽히고 있는가. 받아들이려면 먼저 입을 다물어야 한다. 그리고 귀를 기울이며 지켜보아야 한다. - 입 다물고 귀를 기울이라

구만리 푸른 하늘에 (萬里靑天)               구름 일고 비 내리네 (雲起雨來)
빈 산에 사람 그림자 없이 (空山無人)     물 흐르고 꽃이 피더라 (水流花開) - 수류화개실 여담

말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지만, 천 사람 만 사람의 귀로 들어간다. 생각대로 불쑥불쑥 나오려는 말을 안으로 꿀꺽꿀꺽 삭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어리석음이 지혜로 바뀐다. - 불란서 여배우

단 한두 가지라도 좋으니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원을 세운다면, 시들한 일상이 새로운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원 자체가 마침내 우리를 건져줄 것이다. 당신은 무슨 원을 세우고 사는가? - 큰마음

당연히 해야 할 의무나 '이웃의 도리'를 가지고도 우쭐거리거나 생색을 내려고 한다. 조그마한 공덕을 가지고 그 몇 곱을 드러내놓으려고 한다. 또 복을 받으려고만 하지 지으려는 일에는 소홀하다. - 복의 힘

때가 지나도 떨어질 줄 모르고 매달려 있는 잎은 보기가 민망스럽다. 때가 되면 미련 없이 산뜻하게 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빈자리에서 새봄의 움이 틀 것이다. - 가랑이 구르는 소리

"절망에 빠질 때마다 나는 역사적으로 어느 시대에서나 진리와 사랑이 항상 승리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마하트마 간디) - 누가 이 땅의 주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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