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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1일 토요일

화 (Anger) - Thich Nhat Hanh (2001)

2년 전 쯤 한번 읽었던 책을 책장에서 다시 뽑았다. 화를 잘 다스리지 못하는 나이 성격때문에 집사람이 선물했던 책이다. 사실 이 책을 읽었든지, 읽지 않았든지 오래 전부터 화를 내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왔다. 하지만 화를 내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또는 화가 날 때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 지와 같은 구체적인 생각을 갖지 못한 채로 지내오고 있었다. 이제 두 번째 읽었는데 분명히 첫 번째와는 다른 생각을 갖는다. 앞으로 실천할 수 있을 지 없을 지는 자신할 수 없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방법을 조금이라고 그릴 수 있게되는 것 같다. 앞으로도 몇 달 간격을 두고 여러 번 읽어야겠다. 이러한 방법들이 습관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다시 읽는 책이지만 새로 읽는 것과 같이 한 마디 한 마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선천적으로 기억력이 없는 것인지, 책을 읽는 집중력이 부족한 것인지, 항상 책마다 그렇다. 두 가지 이유가 모두일 것이다. 하지만 기억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처음 읽을  때는 "좋은 말들이다. 하지만 상대적인 것이다. 화가 날 상황이니까 나는 것이고, 화가 난 당시에 과연 이런 행동들을 할 수 있을까. 제일 좋은 방법은 상대방이 화가 날 상황을 안 만드는 것이다. 이미 나도 몇 번을 참았기 때문에."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지금도 이 생각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되기는 하지만 이 책의 부분 부분을 다시 정성스럽게 읽다보면 위의 생각이 완전히 잘못된 생각임을 깨닫게 된다.

틱낫한 스님은 현존하는 세계의 4대 성불로 추앙받는 분이다. 또한 달라이라마와 함께 서양 사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시며 100여 권 이상의 저술을 통한 가르침을 주시고 있다. 현재 80대 초반의 나이로, 베트남 지배를 유지하려는 프랑스와의 전쟁을 겪었고, 베트남전 이후 평화에 대한 솔직함이 문제가 되어 베트남 정부로부터 귀국을 금지당했다. 1973년 프랑스로 망명하여 "Plum Village"를 운영하며 "고통받는 모든 중생들이 현실에서 평화를 찾도록" 일깨우는데 일생을 바쳐 세계의 평화운동가들로부터도 깊은 존경을 받고 있다. 1967년에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추천으로 노벨평화상의 후보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틱낫한 스님이 가르치는 (부처가 주신) 화를 다스리기 위한 방법은 "호흡", "보행", "자각" 등의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의식적인 호흡, 의식적으로 걷기, 화를 끌어안기, 우리의 지각의 본성을 깊이 들여다보기, 타인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기 등의 실질적인 도구들이다. 이들 중 의식적인 호흡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의식적으로 숨을 들이쉬면 공기가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알게 된다. 따라서 공기와 몸을 자각하게 되고, 한편 마음도 그 모든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까지 자각하게 된다. 그렇게 단 한 번만 의식적으로 호흡을 하면 자기자신과 주의에 있는 모든 것을 자각하게 되고, 세 번 반복하면 그 자극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누구든지 주위에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고, 부담스럽운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분명히 자신이 잘못한 일에 대해서도 화를 내지 않고 웃는 얼굴로 위로해 주는 사람들을 좋아할 것이다. 반대로 주위 사람들에게 보이는 나의 모습을 돌아보자. 주변 사람들도 나를 좋아하고 있을까? 마지막으로 책의 내용 중 더 공감이 가고, 화를 다스리는 데 더욱 효과적인 방법들을 몇 가지 소개하겠다.
  1. 성난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라. - 화는 마치 우는 아기와 같다. 아기가 우는 것은 무엇인가가 불편하고 고통스러워서일 것이고, 그래서 엄마의 품에 안기고 싶어한다. 우리는 화라는 아기의 어머니다. 의식적인 호흡을 시작하는 그 순간에 우리에게는 그 아기를 품에 안고 어르는 어머니의 에너지가 생긴다. 화를 품에 끌어안은 채 의식적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만 해도 그것으로 충분하다. 아기가 이내 편안함을 느낄 것이다.
  2. 화내는 것도 습관이다. 그 연결고리를 끊어라. -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할 때 우리는 그를 응징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오히려 돕고자 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3. 남을 용서하는 것도 화풀이의 한 방법이다. - 비가 내릴 때 우리는 햇빛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비행기를 타고 높이 올라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보면 다시 햇빛을 보게 된다. 햇빛이 늘 거기에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그제야 새삼 깨닫는다. 이것과 마찬가지로, 분노와 절망의 순간에도 우리의 사랑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대화하고 용서하고 연민의 정을 베풀 능력이 늘 거기에 있다.
  4. 화는 신체장기와 같아 함부로 떼어버릴 수 없다.
  5. 화를 내뱉는 것은 에너지 낭비다. - 화는 스스로 에너지를 갖고 있다. 화를 발산해버리기 위해서 30분이나한 시간 동안 있는 힘을 다해서 무엇을 치고 나면 우리는 그만 지쳐버리게 된다. 그러면 화를 지탱할 에너지도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이제는 화가 사라졌다고 느끼게 된다. 그러나 실은 그렇지가 않다. 단지 지쳐서 화를 낼 힘조차 없게 되었을 뿐이다.
  6. 나를 사랑하지 못하면 남을 사랑할 수 없다. - 대화가 없이는 진정한 이해도 없다. 진정한 이해를 위해 우리는 먼저 자신과의 대화를 열어야 한다. 자신과 대화를 할 수 없다면 어떻게 타인과의 대화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사랑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남을 사랑할 수 없다.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 스스로를 친절하게 대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행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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