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읽었던 "지식의 쇠퇴"의 전편과 같은 책으로 역시 일본의 현재 상황을 비판하고, 진정한 구조개혁을 통해 일본 사회 전체의 새로운 번영을 꾀하고 있다. 일본의 여러 사회 현상들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를 바탕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있어 독자의 입장에서는 훨씬 이해하기 쉽고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오마에 겐이치가 일본의 장기 침체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음과 같다. "과거의 경제"와 "새로운 경제"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으로, 현재의 장기 침체는 "새로운 경제"를 인지하지 못하고 "과거의 경제"의 틀 속에서 정치권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침체를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2005년이 노령화와 인구감소로 인한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또한 일본 사회의 구조변화를 중하류 계층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M자형 사회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에 따른 기업, 개인 등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오마에 겐이치는 우선 기업들의 전략부터 기술한다. 지속적으로 증가할 중하류 계층에 마케팅의 초점을 맞추어야 함을 강조하고, 이를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와 "난차테지유가오카 (가격은 중하류, 감각은 중상류)"와 "뉴럭셔리 (가격과 감각 모두 중상류)"의 개념으로 구체화한다. 물론 내가 종사하고 있는 건설 관련 컨설팅 (CM or QS)을 그대로 적용할 순 없겠지만, 같은 절차로 풀어간다면 전체적인 기업 전략을 세우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개인의 의식혁명이다. 주택, 자가용, 자녀 교육 등에 대한 개인들의 일반적인 편견을 지적하고, 편견을 버림으로써 얻을 수 있는 여유로움을 강조한다. 막연히 몇 년 전부터 가지고 있던 자신감 없던 생각과 일치하여 기분을 좋게 하지만, 막상 아무것도 실천하지 못하고 사는 모습을 돌아보면 답답하기도 하다. 어쨌든 오마에 겐이치가 제시하는 개인의 의식혁명 등을 각 독자들의 상황에 적용하여 생각해 본다면 새로운 인생의 좋은 목표 및 방향의 설정이 가능할 것이다.
오마에 겐이치의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느껴지는 바는 그의 세상의 변화를 읽는 눈이다. 과거 공업화 사회 및 경제 구조에서 변화된 "새로운 경제"에는 다음과 같은 네 개의 공간이 있다고 주장한다. 구세계에서부터 연속되는 '실체 경제'의 공간, 돈이나 정보가 국경을 초월해서 자유롭게 유통되는 '무국경 경제'의 공간, 인터넷을 비롯한 다양한 통신기술의 발달로 말미암은 '사이버 경제'의 공간, 그리고 자기자본의 백 배, 천 배나 되는 멀티플 자금이 움직이는 '멀티플 경제'의 공간이다. 현재 이 세상의 모든 현상은 이 네 가지 공간이 서로 복잡하게 관계하며 일어나고 있다. 오마에 겐이치는 이 책이 쓰여지기 이미 오래전부터 이러한 경제 체제를 예언해 왔다. 2010년의 현재를 보면 그가 얼마나 세상의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는 지 쉽게 알 수 있다.
산과 책이 좋아진지 이제 1년 남짓이다. 산과 책의 좋은 점들 중 하나는 생각하는 힘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수십년 간 깊은 생각없이 살아온 반성보다는 앞으로 지금보다 더 깊은 생각을 배워나가는 희망을 앞세우겠다. 오마에 겐이치 만큼은 절대 아니겠지만, 나름대로의 세상보는 눈이라도 키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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