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마케팅에 관한 책을 읽었습니다. 세계적인 마케팅 관련 베스트셀러 작가인 세스 고딘이라는 이름을 우연히 알게 되어 그의 여러 책들 중에서 하나를 골랐습니다. 그저 하얀색의 바탕없는 하드 커버 위에 선명한 선홍색의 작은 원 하나와 사람 그림 하나, 특이한 표지 디자인이 색다른 흥미를 불러 일으키게 합니다. 책의 제목도 약간은 자극적인 "마케터는 새빨간 거짓말쟁이 (All Marketers Are Liars.)입니다. 그런데 표지속의 사람을 자세히 보면 무언가를 말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책의 키워드라 할 수 있는 "스토리"를 전달하고 있는 듯 합니다.
책을 펼치면 표지와 같은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강렬한 선홍색의 큰 원으로 각 장의 제목을 강조하고, 같은 색으로 강조된 또한 내용도 약간은 자극적인 소제목들을 보게 됩니다. 작가의 전작인 "보랏빛 소"를 연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책의 겉모양과 함께 키워드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설명하고 있는 성공적인 마케팅의 비밀은 바로 "스토리텔링"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로 각 페이지 마다의 내용은 일관적이지 못한 듯 하고, 가끔 튀어나오는 작가의 장난기어린 문장도 접하게 됩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읽다보면 그동안 기억의 한편에 머물러있던 다양한 광고의 스토리들이 떠오르면서 작가의 전달하고자하는 내용이 이해가 되기 시작합니다.
책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실제 사례를 통해 들려 줍니다. 정말 기억에 남아있는 성공적인 광고들에는 무언가 다른 스토리가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최근 가장 성공한 제품이라 할 수 있는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에는 디자인, 단순한 기능, 스티브 잡스, 애플 매니아, 어플리케이션 등 수많은 스토리가 있지 않습니까? 작가가 제시하는 "위대한 스토리"의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위대한 스토리는 진실하다.
2) 위대한 스토리는 약속을 담고 있다.
3) 위대한 스토리는 신뢰받는다.
4) 위대한 스토리는 모호하다.
5) 위대한 스토리는 급속히 자리 잡는다.
6) 위대한 스토리는 논리보다는 감각에 호소한다.
7) 위대한 스토리가 모든이를 겨냥하는 경우는 드물다.
8) 위대한 스토리에는 자기모순이 없다.
9) 그리고 무엇보다도, 위대한 스토리는 우리의 세계관과 일치한다.
다음은 범위를 넓혀 책의 중심 내용인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성공적인 마케팅이 거치는 단계를 다음과 같이 스토리텔링합니다.
1) Step 1: 그들의 세계관은 당신이 마케팅을 시도하기 전에 이미 형성되었다. - 여기서 세계관이란 개개의 소비자가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적용하는 원칙과 가치관, 신념, 성향 등을 가리킨다. 따라서 현명한 마케터라면 사람들의 세계관을 바꾸기 변화시키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종류의 세계관을 지닌 사람들을 찾아 그 세계관에 맞춰 스토리의 프레임을 짤 것이다.
2) Step 2: 사람들은 오직 새로운 것에만 주목하고 궁금해한다. - 최고의 마케팅 기술은 획기적이고 이해하기 쉬우며 잘 퍼질 것 같은, 그렇지만 간단한 스토리를 만들어 퍼뜨리는 것이다.
3) Step 3: 스토리는 첫인상에서 시작된다. - 소비자들은 '선택'이라는 잔인한 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해 순간적인 판단을 내리고, '첫 만남'이 아닌 진정성을 가진 '첫인상'이 중요하다.
4) Step 4: 위대한 마케터들은 믿을 만한 스토리를 들려준다. - 완전무결하게 진실인 스토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위해 진실을 바탕으로 하는 악의없는 거짓말이 중요하다.
5) Step 5: 믿음을 주는 마케터가 성공한다. - 최고의 스토리는 진정성이 깃든 스토리다. 진정성이 없다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단 한 번뿐이며 그것으로 끝이다.
이후 작가는 다양한 사례들과 전작인 "보랏빛 소가 온다"의 내용과 함께 위의 내용들을 강조합니다. 위의 내용들과 함께 한 가지 더 기억나는 것은 "스토리"가 어떻게 전달되고 퍼져나가느냐입니다. 위대한 스토리들은 따로 광고를 하거나 소문을 내지 않아도 말 그대로 입소문을 타고 퍼져 나갑니다. 여러분들도 어떤 새로운 제품을 사용하고 크게 만족하였다면 이 사실을 친구들에게 자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겁니다. 아이폰과 관련한 수많은 개인 블로그들을 보십시오.
15년 가까운 직장생활을 해 오면서 마케팅에 대해서 크게 생각해본 적은 전혀 없었습니다. 특히 건설업계에 종사해왔기 때문에, 공사나 용역의 수주를 위한 "영업" 또는 "접대"의 개념만을 알고 있었고, 그러한 "영업"은 나에게 피해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내 주위에 있는 "마케팅"은 TV 광고 정도만이었고, 굳이 건설업에서 찾는다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형건설업체들이 아파트 브랜드화 정도만 해당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말그대로 마케팅은 엔지니어인 나와는 관계없는 "다른 전문가의 영역"이었습니다.
저는 최근에 새롭게 출발하는 회사로 이직을 했습니다. 회사가 출범한 시기는 2009년 12월로 이제 6개월이 지났습니다.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인 건설 프로젝트에서의 Cost Management (Quantity Surveying)은 아직 국내에 시장조차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영업에 상당히 고전을 하고 있으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건설 프로젝트의 발주자들에게 새로운 "스토리"를 전달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제가 이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것도 "한국에서의 QS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라는 한 마디로 설명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시기에 이 책을 읽게된 것이 우연이 아닌 듯 합니다. 제 개인을 위해서도, 회사를 위해서도 "Why Cost Management (QS)?"와 "Why Turner and Townsend Korea?"라는 멋진 스토리를 만들고, "영업"이 아닌 "마케팅"에 새로운 또한 즐거운 도전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2010년 6월 21일 월요일
2010년 6월 19일 토요일
Elemental Cost Breakdown Structure (부위별 공사비분류체계)
공사비 분류체계 (Cost Breakdown Structure; 이하 CBS)는 프로젝트 전체를 보다 정확하게 매니지먼트하기 위하여 체계적으로 분류한 세부 원가 요소입니다. Work Breakown Structure를 Cost Management 관점에서 쓰는 것으로 실질적으로 같은 내용입니다. 즉, 공사비의 각 구성 내용을 표현하는 내역서 (Cost Estimate)에 포함된 각 작업항목들의 체계를 의미합니다.
많은 Cost Management 관련 내용 중에서 CBS에 대해 가장 먼저 설명하는 이유는 QS의 국내 정착을 위해 기본적으로 그리고 반드시 활용해야 하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국내의 Cost Management는 시공회사를 중심으로 하여 시공단계의 원가절감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1990년대 초반 Construction Management의 개념이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되면서 프로젝트 초기의 Cost Management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하였지만, 현업에서는 아직도 시공 단계의 원가절감 방법만이 강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시공사에서뿐만 아니라 많은 Project Manage나 Construction Manager 회사들에서도 보여지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랜 기간 동안 시공회사의 현장에 소속되어 직접 시공 관련 업무를 수행하셨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사용되는 CBS는 공종별 분류이며, 같은 종류의 현장 작업 또는 각 협력업체의 업무 범위에 따라 분류한 것입니다. 이 공종별 분류는 시공사의 입장에서 시공 단계의 공사비를 관리하기에는 편리하지만, 설계단계에서 발주자의 입장에서 공사비를 관리하는 목적으로 사용되기에는 그 성격이 맞지 않습니다. 즉 같은 Cost Management라고 해도 시기에 따라, 주체에 따라서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건설 프로젝트의 초기 설계단계의 Cost Management를 위해서는 Elemental CBS (부위별 또는 요소별)를 반드시 사용해야 합니다. 이 분류체계는 건설 프로젝트의 설계단계에서 엔지니어 또는 설계자들의 설계 진행을 나타내는 것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여 여러 설계대안이 변화함에 따라 함께 변화하는 공사비를 쉽게 나타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부위별 분류체계는 영국 BCIS의 Standard Form of Cost Analysis, 역시 영국 RICS의 New Rules of Measurement, 미국의 Uniformat 등이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표준화된 분류체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음은 BCIS의 Standard Form of Cost Analysis입니다.
1 Substructure (지하구조물공사)
1A Substructure (지하구조물공사)
2 Superstructure (지상구조물공사)
2A Frame (기둥 및 보 등의 구조 프레임공사)
2B Upper Floors (슬래브공사)
2C Roof (지붕공사)
2D Stairs (계단공사)
2E External Walls (외벽마감공사)
2F External Windows and Doors (외부창호공사)
2G Internal Walls and Partitions (내벽 및 파티션공사)
2H Internal Doors (내부 문공사)
3 Finishes (건축마감공사)
3A Wall Finishes (벽체마감공사)
3B Floor Finishes (바닥마감공사)
3C Ceiling Finishes (천정마감공사)
4 Fittings and Furnishings (가구류, 가전기구, Signage 등)
5 Services (기계설비 및 전기설비 공사)
5A Sanitary Appliances (화장실 위생기구)
5B Services Equipment (주방기구)
5C Disposal Installations (건물 내 배수 및 쓰레기 처리 시설)
5D Water Installations (급수설비)
5E Heat Source (보일러)
5F Space Heating and Air Treatment (난방설비)
5G Ventilating Systems (환기설비)
5H Electrical Installations (전기설비)
5I Fuel Installations (연료공급설비)
5J Lift and Conveyor Installations (엘리베이터 및 컨베이어설비)
5K Fire and Lighting Protection (소방 및 소방조명설비)
5L Communications and Security Installations (통신 및 보안설비)
5M Speciall Installations (특수시설의 설치)
5N Builder's Work in Connection (설비공사에 부수되는 건축공사)
5O Management of the Commissioning of Services (시운전 관리)
6 External Works (조경 및 부대토목 공사)
6A Site Works (부지조성공사 및 조경공사)
6B Drainage (배수공사)
6C External Services (외부 전기 및 기계설비)
6D Minor Building Works (기타 건축물 외부 부위들)
6E Demolitions and work outside the Site (해체 및 단지 외부 공사)
7 Preliminaries (공통가설 및 현장관리비)
8 Contingencies (예비비)
9 Design Fee (설계비)
이상의 Elemental CBS를 활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는 프로젝트 초기 설계단계의 공사비관리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설계대안들에 대한 설계자 및 엔지니어들의 의사결정 단위에 따른 공사비관리, 다른 말로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은 "설계단계의 공사비관리 서비스"가 가능하게 됩니다. 하지만 설계단계의 공사비관리 서비스가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Elemental CBS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다른 몇가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1) 신뢰할 수 있는 Elemental CBS에 따른 Cost Database의 구축: 프로젝트 초기의 제한된 설계정보로 인해 과거 유사 프로젝트의 Cost Database를 반드시 활용해야 합니다.
2) 한국의 건설환경에 적합한 Cost Planning 기법의 개발: 실시설계가 완성된 이후의 공사비견적에 치중되어 있는 건설환경을 자연스럽게 변화시킬 수 있는 기법이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Manual의 개발, 공사비관리를 위한 IT 프로그램 개발 등의 노력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3) 발주자들의 인식 전환 노력: "설계단계의 공사비관리 서비스"가 발주자에게 직접적인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Turner and Townsend Korea에서는 설계단계의 공사비관리 서비스를 위해 BCIS의 Standard Form of Cost Analysis를 활용합니다. 영국에서 활용되고 있는 "InTTegra"라는 Cost Database와 "Cato"라는 Cost Planning 프로그램이 모두 BCIS의 SFCA를 따르고 있습니다. 현재는 한국형 InTTegra, 즉 한국 프로젝트들을 대상으로 BCIS의 SFCA에 따른 Cost Database를 구축 중에 있으며, 구축된 이후에는 강력한 설계단계의 공사비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많은 Cost Management 관련 내용 중에서 CBS에 대해 가장 먼저 설명하는 이유는 QS의 국내 정착을 위해 기본적으로 그리고 반드시 활용해야 하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국내의 Cost Management는 시공회사를 중심으로 하여 시공단계의 원가절감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1990년대 초반 Construction Management의 개념이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되면서 프로젝트 초기의 Cost Management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하였지만, 현업에서는 아직도 시공 단계의 원가절감 방법만이 강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시공사에서뿐만 아니라 많은 Project Manage나 Construction Manager 회사들에서도 보여지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랜 기간 동안 시공회사의 현장에 소속되어 직접 시공 관련 업무를 수행하셨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사용되는 CBS는 공종별 분류이며, 같은 종류의 현장 작업 또는 각 협력업체의 업무 범위에 따라 분류한 것입니다. 이 공종별 분류는 시공사의 입장에서 시공 단계의 공사비를 관리하기에는 편리하지만, 설계단계에서 발주자의 입장에서 공사비를 관리하는 목적으로 사용되기에는 그 성격이 맞지 않습니다. 즉 같은 Cost Management라고 해도 시기에 따라, 주체에 따라서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건설 프로젝트의 초기 설계단계의 Cost Management를 위해서는 Elemental CBS (부위별 또는 요소별)를 반드시 사용해야 합니다. 이 분류체계는 건설 프로젝트의 설계단계에서 엔지니어 또는 설계자들의 설계 진행을 나타내는 것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여 여러 설계대안이 변화함에 따라 함께 변화하는 공사비를 쉽게 나타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부위별 분류체계는 영국 BCIS의 Standard Form of Cost Analysis, 역시 영국 RICS의 New Rules of Measurement, 미국의 Uniformat 등이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표준화된 분류체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음은 BCIS의 Standard Form of Cost Analysis입니다.
1 Substructure (지하구조물공사)
1A Substructure (지하구조물공사)
2 Superstructure (지상구조물공사)
2A Frame (기둥 및 보 등의 구조 프레임공사)
2B Upper Floors (슬래브공사)
2C Roof (지붕공사)
2D Stairs (계단공사)
2E External Walls (외벽마감공사)
2F External Windows and Doors (외부창호공사)
2G Internal Walls and Partitions (내벽 및 파티션공사)
2H Internal Doors (내부 문공사)
3 Finishes (건축마감공사)
3A Wall Finishes (벽체마감공사)
3B Floor Finishes (바닥마감공사)
3C Ceiling Finishes (천정마감공사)
4 Fittings and Furnishings (가구류, 가전기구, Signage 등)
5 Services (기계설비 및 전기설비 공사)
5A Sanitary Appliances (화장실 위생기구)
5B Services Equipment (주방기구)
5C Disposal Installations (건물 내 배수 및 쓰레기 처리 시설)
5D Water Installations (급수설비)
5E Heat Source (보일러)
5F Space Heating and Air Treatment (난방설비)
5G Ventilating Systems (환기설비)
5H Electrical Installations (전기설비)
5I Fuel Installations (연료공급설비)
5J Lift and Conveyor Installations (엘리베이터 및 컨베이어설비)
5K Fire and Lighting Protection (소방 및 소방조명설비)
5L Communications and Security Installations (통신 및 보안설비)
5M Speciall Installations (특수시설의 설치)
5N Builder's Work in Connection (설비공사에 부수되는 건축공사)
5O Management of the Commissioning of Services (시운전 관리)
6 External Works (조경 및 부대토목 공사)
6A Site Works (부지조성공사 및 조경공사)
6B Drainage (배수공사)
6C External Services (외부 전기 및 기계설비)
6D Minor Building Works (기타 건축물 외부 부위들)
6E Demolitions and work outside the Site (해체 및 단지 외부 공사)
7 Preliminaries (공통가설 및 현장관리비)
8 Contingencies (예비비)
9 Design Fee (설계비)
이상의 Elemental CBS를 활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는 프로젝트 초기 설계단계의 공사비관리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설계대안들에 대한 설계자 및 엔지니어들의 의사결정 단위에 따른 공사비관리, 다른 말로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은 "설계단계의 공사비관리 서비스"가 가능하게 됩니다. 하지만 설계단계의 공사비관리 서비스가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Elemental CBS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다른 몇가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1) 신뢰할 수 있는 Elemental CBS에 따른 Cost Database의 구축: 프로젝트 초기의 제한된 설계정보로 인해 과거 유사 프로젝트의 Cost Database를 반드시 활용해야 합니다.
2) 한국의 건설환경에 적합한 Cost Planning 기법의 개발: 실시설계가 완성된 이후의 공사비견적에 치중되어 있는 건설환경을 자연스럽게 변화시킬 수 있는 기법이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Manual의 개발, 공사비관리를 위한 IT 프로그램 개발 등의 노력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3) 발주자들의 인식 전환 노력: "설계단계의 공사비관리 서비스"가 발주자에게 직접적인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Turner and Townsend Korea에서는 설계단계의 공사비관리 서비스를 위해 BCIS의 Standard Form of Cost Analysis를 활용합니다. 영국에서 활용되고 있는 "InTTegra"라는 Cost Database와 "Cato"라는 Cost Planning 프로그램이 모두 BCIS의 SFCA를 따르고 있습니다. 현재는 한국형 InTTegra, 즉 한국 프로젝트들을 대상으로 BCIS의 SFCA에 따른 Cost Database를 구축 중에 있으며, 구축된 이후에는 강력한 설계단계의 공사비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2010년 6월 6일 일요일
버리고 떠나기 - 법정 (1993)
법정 스님의 책을 한 권 더 읽었습니다. 역시 63편의 짧은 수필들을 모아서 엮은 수상집 (隨想集)입니다.
스님은 자연을 참 많이 사랑하셨던 분인 것 같습니다. 자연과 함께 생활하셨던 것을 책 어디에서나 느낄 수 있습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불교의 교리, 인간의 도리에 대한 말씀, 사회성 있는 글 등 모든 스님의 가르침들이 순리에 맞고 진실됨을 더욱 느낄 수 있고, 당연히 고개숙이게 됩니다. 책을 읽는 중에 상대적으로 자연과 한없이 멀리 있는 저를 보게 되었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솔직히 자연에 대한 말씀을 읽는 동안에는 몰입이 잘 되지 않고 잡념이 일어나다가도, 이어지는 생활과 가까운 말씀에는 다시 읽음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성적이기만 한 목표를 위해 이성적인 방법으로만 살아가는 저로서는 항상 감정이 날카롭고, 주변과의 마찰이 느끼며, 때로는 누군가와의 인연이 끊어지고 마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삶에 있어서 자연 또는 감성의 중요성은 여러 차례 느껴왔었지만 저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이 달라집니다. 나이들면 시골에 가서 살고 싶다라는 말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자연이라는 감성이라는 절실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직까지 한 번도 자연과 가깝게 지낸 적이 없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겠습니다.
이 책의 글들은 1989년부터 1993년 사이에 쓰여졌습니다. 공교롭게도 저는 1989년에 대학에 입학하여 1993년에 졸업했습니다. 대학 4년간 이 책과는 너무도 상반되는 행동을 하며 살았다는 것을 후회하게 되었습니다. 국가를 위하지도 않았고, 사회를 돌아보지도 않았으며, 개인을 발전시키지도 않았던 무의미한 시기였습니다. 적당한 학교 과제와 술, 담배, 친구, 애인 등과의 순간적인 재미를 좇던 부끄러운 생활을 보냈습니다. 글 중에 "인생을 낭비한 죄"라는 제목을 가진 글이 있습니다. 그 제목만으로도 반성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고, 읽은 후에는 반성과 함께 다짐, 걱정, 후회 등의 감정이 복잡하게 얽혔습니다.
늦게라도 철든다는 것은 마음을 행복하고 충만하게 해줍니다. 최근에 집사람에게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가 "나이들면서 철드네"입니다. 처음에는 듣기 거북하던 말이, 지금은 칭찬으로 들리고 더 듣고 싶은 말로 바뀌었습니다. 어떻게 얼마나 좋아지는 지는 모르겠지만 과거에 비해 조금이라도 발전할 수 있는 생활을 지속할 수 있다면 점점 더 많이 만족하게 되는 삶을 살 수 있을 겁니다.
책의 내용 중에서 꼭 다시 기억하고 싶은 내용들을 정리하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자연계에서 배운다" - 만약 고정된 채 새로운 변화가 없다면 그것은 죽어 있는 거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살아있는 것은 다 한목숨이다" - 이와 같이 모든 개체의 생명은 큰 생명의 뿌리에서 나누어진 가지들이다. 경우에 따라 가지는 시들어도 그 생명의 뿌리는 결코 시드는 일이 없다. 생명의 뿌리는 우주의 근원적인 원리이기 때문이다.
"입시에 낙방당한 부모들에게" - 교육이 참으로 해야 할 일은 그럴듯한 직업을 얻도록 준비시키는 것이 아니라 삶의 전과정을 이해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무엇이 진리이고 삶의 진실인지 스스로 찾아내도록 거드는 일입니다. 우리들의 삶이 그저 그렇고 그런 잿빛 일상으로 그쳐서는 안됩니다. 삶은 말할 수 없이 엄청난 신비입니다. 그 사람 자신이 스스로 찾아내야 할 신비입니다.
"승가의 기초교육" - 눈길을 걸을 때 / 함부로 밟지 말라 / 내가 걷는 이 발자국 / 뒷사람의 길잡이가 되리니.
"크게 버려야 크게 얻는다" - 피어 있는 것만이 꽃이 아니라 지는 것도 또한 꽃이다.
"인생을 낭비한 죄" - 삶이란 누구에게서 배우는 것이 아니다. 우리 자신이 저마다 삶의 현장에서 몸소 귀기울여 들으면서 순간순간 이해하는 일이다. 그러기 때문에 삶은 영원히 새로운 것일 수 있다. 따라서 사람은 저마다의 삶에 책임이 있다. 외부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만이 아니라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끝없는 관심을 가지고 낱낱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당당하게 살려는 사람만이 자기 몫의 삶에 책임을 진다.
"장마철 이야기" - 그 한가와 고요와 맑음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만한 보상을 치른다는 사실을 알기나 하는지. 그래서 세상에는 공것도 없고 거저 되는 일도 없다. 그 어떤 형태의 삶이건 간에 그 삶의 차지만큼 치러야 할 몫이 있는 법이다. 크면 클수록 많으면 많을수록 치러야 할 그 몫도 또한 크고 많을 수밖에 없다.
"남의 삶과 비교하지 말라" - 사람은 저마다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독창적인 존재다. 그러기 때문에 사람마다 삶의 조건이 다르고, 삶의 양식이 다르며, 또한 그 그릇이 다르다. 그래서 저마다 자신의 그림자를 이끌고 자기 몫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스님은 자연을 참 많이 사랑하셨던 분인 것 같습니다. 자연과 함께 생활하셨던 것을 책 어디에서나 느낄 수 있습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불교의 교리, 인간의 도리에 대한 말씀, 사회성 있는 글 등 모든 스님의 가르침들이 순리에 맞고 진실됨을 더욱 느낄 수 있고, 당연히 고개숙이게 됩니다. 책을 읽는 중에 상대적으로 자연과 한없이 멀리 있는 저를 보게 되었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솔직히 자연에 대한 말씀을 읽는 동안에는 몰입이 잘 되지 않고 잡념이 일어나다가도, 이어지는 생활과 가까운 말씀에는 다시 읽음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성적이기만 한 목표를 위해 이성적인 방법으로만 살아가는 저로서는 항상 감정이 날카롭고, 주변과의 마찰이 느끼며, 때로는 누군가와의 인연이 끊어지고 마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삶에 있어서 자연 또는 감성의 중요성은 여러 차례 느껴왔었지만 저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이 달라집니다. 나이들면 시골에 가서 살고 싶다라는 말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자연이라는 감성이라는 절실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직까지 한 번도 자연과 가깝게 지낸 적이 없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겠습니다.
이 책의 글들은 1989년부터 1993년 사이에 쓰여졌습니다. 공교롭게도 저는 1989년에 대학에 입학하여 1993년에 졸업했습니다. 대학 4년간 이 책과는 너무도 상반되는 행동을 하며 살았다는 것을 후회하게 되었습니다. 국가를 위하지도 않았고, 사회를 돌아보지도 않았으며, 개인을 발전시키지도 않았던 무의미한 시기였습니다. 적당한 학교 과제와 술, 담배, 친구, 애인 등과의 순간적인 재미를 좇던 부끄러운 생활을 보냈습니다. 글 중에 "인생을 낭비한 죄"라는 제목을 가진 글이 있습니다. 그 제목만으로도 반성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고, 읽은 후에는 반성과 함께 다짐, 걱정, 후회 등의 감정이 복잡하게 얽혔습니다.
늦게라도 철든다는 것은 마음을 행복하고 충만하게 해줍니다. 최근에 집사람에게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가 "나이들면서 철드네"입니다. 처음에는 듣기 거북하던 말이, 지금은 칭찬으로 들리고 더 듣고 싶은 말로 바뀌었습니다. 어떻게 얼마나 좋아지는 지는 모르겠지만 과거에 비해 조금이라도 발전할 수 있는 생활을 지속할 수 있다면 점점 더 많이 만족하게 되는 삶을 살 수 있을 겁니다.
책의 내용 중에서 꼭 다시 기억하고 싶은 내용들을 정리하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자연계에서 배운다" - 만약 고정된 채 새로운 변화가 없다면 그것은 죽어 있는 거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살아있는 것은 다 한목숨이다" - 이와 같이 모든 개체의 생명은 큰 생명의 뿌리에서 나누어진 가지들이다. 경우에 따라 가지는 시들어도 그 생명의 뿌리는 결코 시드는 일이 없다. 생명의 뿌리는 우주의 근원적인 원리이기 때문이다.
"입시에 낙방당한 부모들에게" - 교육이 참으로 해야 할 일은 그럴듯한 직업을 얻도록 준비시키는 것이 아니라 삶의 전과정을 이해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무엇이 진리이고 삶의 진실인지 스스로 찾아내도록 거드는 일입니다. 우리들의 삶이 그저 그렇고 그런 잿빛 일상으로 그쳐서는 안됩니다. 삶은 말할 수 없이 엄청난 신비입니다. 그 사람 자신이 스스로 찾아내야 할 신비입니다.
"승가의 기초교육" - 눈길을 걸을 때 / 함부로 밟지 말라 / 내가 걷는 이 발자국 / 뒷사람의 길잡이가 되리니.
"크게 버려야 크게 얻는다" - 피어 있는 것만이 꽃이 아니라 지는 것도 또한 꽃이다.
"인생을 낭비한 죄" - 삶이란 누구에게서 배우는 것이 아니다. 우리 자신이 저마다 삶의 현장에서 몸소 귀기울여 들으면서 순간순간 이해하는 일이다. 그러기 때문에 삶은 영원히 새로운 것일 수 있다. 따라서 사람은 저마다의 삶에 책임이 있다. 외부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만이 아니라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끝없는 관심을 가지고 낱낱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당당하게 살려는 사람만이 자기 몫의 삶에 책임을 진다.
"장마철 이야기" - 그 한가와 고요와 맑음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만한 보상을 치른다는 사실을 알기나 하는지. 그래서 세상에는 공것도 없고 거저 되는 일도 없다. 그 어떤 형태의 삶이건 간에 그 삶의 차지만큼 치러야 할 몫이 있는 법이다. 크면 클수록 많으면 많을수록 치러야 할 그 몫도 또한 크고 많을 수밖에 없다.
"남의 삶과 비교하지 말라" - 사람은 저마다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독창적인 존재다. 그러기 때문에 사람마다 삶의 조건이 다르고, 삶의 양식이 다르며, 또한 그 그릇이 다르다. 그래서 저마다 자신의 그림자를 이끌고 자기 몫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2010년 6월 5일 토요일
Quantity Surveyor의 업무 (3) - 계약 후 단계 업무 (Post-Contract Services)
발주자와 시공사의 계약이 이루어진 이후에는 착공과 함께 실제 건설이 이루어지는 "시공"이 시작됩니다. 계약에 정의된 서로의 의무에 따라서 해야할 일들을 진행하고 또한 서로의 권리를 상대방에게 요구합니다. 대표적인 시공사 입장에서의 의무는 발주자가 요구하는 바 (설계)에 따라 공사 목적물을 만들어가는 것이고, 권리는 수행된 일의 정도에 따른 비용을 이윤과 함께 받는 것입니다. 반대로 발주자는 일의 수행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고 요구하는 품질의 목적물을 얻게 됩니다.
따라서 계약 후 단계에서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공사 목적물의 진행 정도를 파악하고 적절한 비용을 평가하는 업무이며, 이는 QS가 수행해야 하는 고유의 업무입니다. 수십 개월 동안 지속되는 큰 규모의 공사들은 한달 동안 진행된 금액만 해도 수십억원에 달하게 되며, 이렇게 수십억원이나 되는 돈만큼 공사 목적물이 완료되었는지 정확하게 평가하는 일은 아주 어렵습니다. 또한 발주자와 시공사의 입장 차이로 공사 목적물이 완성되었다라는 기준에 차이가 있게 되고 이러한 경우에는 QS의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하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판단은 계약조건에 기술되어 있는 내용에 근거하여 내려지게 됩니다. 이상에서 설명된 업무를 기성관리라고 합니다.
기성관리를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하나하나의 건설 프로젝트마다 상세하게 계약 조건에 정해져 있게 됩니다. 한달에 한번 평가할 것인지 두달에 한번 평가할 것인지, 평가 후 한달 내에 지급할 것이지 두달 내에 지급할 것인지, 현금으로 지급할 것인지 어음으로 지급할 것인지, 기성 금액에서 하자보수에 대한 유보금을 지급 전에 제할 것인지 아닌지, 시공사는 청구하는 기성 금액을 증명하기 위해 어떤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지, 발주자는 며칠 내에 검사를 완료해야 하는지 등이 모두 계약 조건에 들어가야 할 내용들입니다.
기성관리 업무가 QS의 고유업무라고 했지만, 국내에서는 QS가 참여하지 않는 건설 프로젝트가 대부분입니다. 국내의 프로젝트인 경우에는 대부분 감리에서 기성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건설사업관리자가 수행하는 경우도 있고, 규모가 작은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계약 당시 미리 지급할 금액과 지급할 시기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언급할 수 있는 업무는 설계변경 관리입니다. 건설 프로젝트는 말그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시공 중에라도 변경해야 할 사항들이 많이 생깁니다. 발주자의 추가 요구사항이 있을 수도 있고, 자재를 변경하는 수도 있으며, 도면의 오류에 의해 수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변경 사항들은 미리 설계에 의해 산정된 계약 금액의 변경을 수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변경된 금액들은 설계변경의 원인에 따라 발주자가 지불해야 하는 경우와 시공사의 책임으로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항에 따라서는 금액은 시공사가 부담하지만 변경 시공에 필요한 시간은 인정받는 경우 (공기연장)도 있습니다. 설계변경의 원인이 무엇이며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 지 판단하는 업무, 설계변경에 따라 변하는 공사비는 얼마인지 평가하는 업무, 시공사와 평가한 금액을 합의하여 결정하는 업무 등이 세부적으로 따르게 됩니다. 물론 설계변경 관리를 수행하는 절차 및 설계변경의 원인에 따른 책임과 의무 등도 모두 계약 조건에 명시되어 있어야 합니다.
꼭 설계변경이 아니더라도 시공사는 계약 조건에 명시된 경우에는 추가되는 금액을 발주자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추가 금액 청구를 통상적으로 클레임이라고 하고, 클레임 청구가 있을 경우에 QS는 클레임의 적정성을 평가하고 그 가치를 평가하는 업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외국에서는 계약에 명시되어 있는 상대방에 대한 의무 사항을 어기게 되면 가차없이 클레임이 청구되게 됩니다. 클레임의 발생을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는 방법 또는 절차까지도 계약조건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QS의 영향은 프로젝트 내에서만이고 발주자와 시공사가 같은 결론에 협의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여러 단계의 중재를 거치게 되고, 이도 실패하면 법정으로 가게 됩니다. 중재 등에 관한 내용은 저도 더 배우고 경험해야 하는 업무입니다.
이상이 계약 후 단계의 대표적인 QS 업무들입니다. 여기에 일정 기간 (주로 한 달) 동안에 발생한 사항들을 발주자에게 리포트하는 업무와 Risk 항목들을 관리하는 업무는 프로젝트의 진행에 따라 지속적으로 수행되어야 하는 업무들입니다.
따라서 계약 후 단계에서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공사 목적물의 진행 정도를 파악하고 적절한 비용을 평가하는 업무이며, 이는 QS가 수행해야 하는 고유의 업무입니다. 수십 개월 동안 지속되는 큰 규모의 공사들은 한달 동안 진행된 금액만 해도 수십억원에 달하게 되며, 이렇게 수십억원이나 되는 돈만큼 공사 목적물이 완료되었는지 정확하게 평가하는 일은 아주 어렵습니다. 또한 발주자와 시공사의 입장 차이로 공사 목적물이 완성되었다라는 기준에 차이가 있게 되고 이러한 경우에는 QS의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하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판단은 계약조건에 기술되어 있는 내용에 근거하여 내려지게 됩니다. 이상에서 설명된 업무를 기성관리라고 합니다.
기성관리를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하나하나의 건설 프로젝트마다 상세하게 계약 조건에 정해져 있게 됩니다. 한달에 한번 평가할 것인지 두달에 한번 평가할 것인지, 평가 후 한달 내에 지급할 것이지 두달 내에 지급할 것인지, 현금으로 지급할 것인지 어음으로 지급할 것인지, 기성 금액에서 하자보수에 대한 유보금을 지급 전에 제할 것인지 아닌지, 시공사는 청구하는 기성 금액을 증명하기 위해 어떤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지, 발주자는 며칠 내에 검사를 완료해야 하는지 등이 모두 계약 조건에 들어가야 할 내용들입니다.
기성관리 업무가 QS의 고유업무라고 했지만, 국내에서는 QS가 참여하지 않는 건설 프로젝트가 대부분입니다. 국내의 프로젝트인 경우에는 대부분 감리에서 기성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건설사업관리자가 수행하는 경우도 있고, 규모가 작은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계약 당시 미리 지급할 금액과 지급할 시기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언급할 수 있는 업무는 설계변경 관리입니다. 건설 프로젝트는 말그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시공 중에라도 변경해야 할 사항들이 많이 생깁니다. 발주자의 추가 요구사항이 있을 수도 있고, 자재를 변경하는 수도 있으며, 도면의 오류에 의해 수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변경 사항들은 미리 설계에 의해 산정된 계약 금액의 변경을 수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변경된 금액들은 설계변경의 원인에 따라 발주자가 지불해야 하는 경우와 시공사의 책임으로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항에 따라서는 금액은 시공사가 부담하지만 변경 시공에 필요한 시간은 인정받는 경우 (공기연장)도 있습니다. 설계변경의 원인이 무엇이며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 지 판단하는 업무, 설계변경에 따라 변하는 공사비는 얼마인지 평가하는 업무, 시공사와 평가한 금액을 합의하여 결정하는 업무 등이 세부적으로 따르게 됩니다. 물론 설계변경 관리를 수행하는 절차 및 설계변경의 원인에 따른 책임과 의무 등도 모두 계약 조건에 명시되어 있어야 합니다.
꼭 설계변경이 아니더라도 시공사는 계약 조건에 명시된 경우에는 추가되는 금액을 발주자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추가 금액 청구를 통상적으로 클레임이라고 하고, 클레임 청구가 있을 경우에 QS는 클레임의 적정성을 평가하고 그 가치를 평가하는 업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외국에서는 계약에 명시되어 있는 상대방에 대한 의무 사항을 어기게 되면 가차없이 클레임이 청구되게 됩니다. 클레임의 발생을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는 방법 또는 절차까지도 계약조건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QS의 영향은 프로젝트 내에서만이고 발주자와 시공사가 같은 결론에 협의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여러 단계의 중재를 거치게 되고, 이도 실패하면 법정으로 가게 됩니다. 중재 등에 관한 내용은 저도 더 배우고 경험해야 하는 업무입니다.
이상이 계약 후 단계의 대표적인 QS 업무들입니다. 여기에 일정 기간 (주로 한 달) 동안에 발생한 사항들을 발주자에게 리포트하는 업무와 Risk 항목들을 관리하는 업무는 프로젝트의 진행에 따라 지속적으로 수행되어야 하는 업무들입니다.
2010년 6월 3일 목요일
의식 (意識) - 매실주 담그기
남을 의식하고 살면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일들이 꽤 많아진다. 남뿐만 아니라 일의 결과를 의식한다면 역시 시작하기가 어렵다. 반대로 남 또는 결과를 의식하지 않는다면 곧바로 다른 사람들의 수근거림이 들리는 듯하다. 그러한 수근거림이 귓가에 맴돌아 지레 겁먹고 시작도 못한 일들이 많았었다.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생각하면서.
어제 임시공휴일을 맞이해서 그 동안 꼭 하고 싶었던 일을 해냈다.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꼭 남을 의식해야 하는 일도 아니지만 식구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결과가 잘못되면 사먹느니만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등의 생각을 하면서 몇 년째 못했었던 일이다. 그 일은 바로 매실주 담그기. 어머니에게 직접 담그신 매실청을 얻어서 먹고, 가끔 본가에 갈 때 직접 담그신 매실주를 마시면 그 향과 맛이 너무나 좋았었다. 그 때마다 반드시 내 손으로 만들겠노라고 다짐을 했고 결국 어제 성공했다.
올해는 꼭 술을 담그겠다는 생각으로 몇달 전부터 좋아하는 몇 사람들 앞에서 약속하고 다짐을 했다. 그리고는 인터넷을 통해 6월초부터 매실이 수확된다는 것을 알았고, 매실주 담그는 법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매실주를 담그는데도 사람들마다 방법이 조금씩은 달랐다. 매실과 소주의 양, 매실과 설탕의 양, 한번에 매실, 설탕, 소주를 같이 넣는 방법, 매실청을 만들고 나서 술을 담그라는 분, 2-3주 숙성 후 소주를 넣는 방법 등. 마침내 이렇듯 방법이 다양한 것을 보니 비율 맞추기가 어렵지 않게 될 수 있을거라는 자신이 생겼다.
이마트에 가서 8리터 짜리 유리병을 사고, 담금소주 1.8리터 짜리 두 병을 사고, 시장에 가서 매실 5kg을 샀다. 조금만 하려다가 5kg 박스를 보고 이왕 하는 것하여 5kg을 모두 샀고, 결국은 이마트에 다시 가서 8리터 유리병과 설탕을 더 사야 했다. 소주는 나중에 필요할 때 사고. 한 병은 매실청으로, 한 병은 매실주로 담그기로 하고, 유리병을 깨끗이 닦고, 매실도 깨끗이 닦고 다 마르기를 기다렸다. 내가 술마시는 것을 끔찍이 싫어하는 5학년 딸이 한 마디 거들었다. "아빠 이렇게 진지한 모습은 처음 본다." 앞으로 백일 후에는 매실청과 술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커다란 행복을 맛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크다.
올해 들어서는 남들 또는 결과를 의식하는 일이 적어졌다. 다짐을 했던 일도 지키는 경우가 많다. 친한 회사 사람들과 1박 2일 야영을 하였고, 출퇴근 버스 안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책을 읽고 있으며, 딸과 함께 야구장을 열심히 다니고 있고, 또 오늘 매실주를 담갔다. 솔직히 올해 자신과 약속한 것 중에는 지리산 등반만이 남았다. 사실 봄에 하려고 했었는데, 지키지는 못했다. 하지만 오늘 또 다짐해야지. 올해 가을에는 반드시 할거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니까.
하지만 또 생각하면 아직도 남을 또는 결과를 의식해서 못하는 일들이 많다. 혼자 등산 가는 것은 아직도 큰 다짐을 해야만 하고, 버스 안에서 책의 제목을 다른 사람이 볼 것 같아 신경 쓰이고, 야구장에 응원 깃발을 가지고 가면 남들이 쳐다보며 웃는 것 같아서 영 불편하다. 분명한 것은 하지 못했던 일을 하나씩 해낼 때마다 행복해짐을 느끼는 것이다. 다음 주 야구장에 갈 때는 꼭 응원 깃발을 가져가야지. 이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고, 딸이 원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어제 임시공휴일을 맞이해서 그 동안 꼭 하고 싶었던 일을 해냈다.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꼭 남을 의식해야 하는 일도 아니지만 식구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결과가 잘못되면 사먹느니만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등의 생각을 하면서 몇 년째 못했었던 일이다. 그 일은 바로 매실주 담그기. 어머니에게 직접 담그신 매실청을 얻어서 먹고, 가끔 본가에 갈 때 직접 담그신 매실주를 마시면 그 향과 맛이 너무나 좋았었다. 그 때마다 반드시 내 손으로 만들겠노라고 다짐을 했고 결국 어제 성공했다.
올해는 꼭 술을 담그겠다는 생각으로 몇달 전부터 좋아하는 몇 사람들 앞에서 약속하고 다짐을 했다. 그리고는 인터넷을 통해 6월초부터 매실이 수확된다는 것을 알았고, 매실주 담그는 법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매실주를 담그는데도 사람들마다 방법이 조금씩은 달랐다. 매실과 소주의 양, 매실과 설탕의 양, 한번에 매실, 설탕, 소주를 같이 넣는 방법, 매실청을 만들고 나서 술을 담그라는 분, 2-3주 숙성 후 소주를 넣는 방법 등. 마침내 이렇듯 방법이 다양한 것을 보니 비율 맞추기가 어렵지 않게 될 수 있을거라는 자신이 생겼다.
이마트에 가서 8리터 짜리 유리병을 사고, 담금소주 1.8리터 짜리 두 병을 사고, 시장에 가서 매실 5kg을 샀다. 조금만 하려다가 5kg 박스를 보고 이왕 하는 것하여 5kg을 모두 샀고, 결국은 이마트에 다시 가서 8리터 유리병과 설탕을 더 사야 했다. 소주는 나중에 필요할 때 사고. 한 병은 매실청으로, 한 병은 매실주로 담그기로 하고, 유리병을 깨끗이 닦고, 매실도 깨끗이 닦고 다 마르기를 기다렸다. 내가 술마시는 것을 끔찍이 싫어하는 5학년 딸이 한 마디 거들었다. "아빠 이렇게 진지한 모습은 처음 본다." 앞으로 백일 후에는 매실청과 술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커다란 행복을 맛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크다.
올해 들어서는 남들 또는 결과를 의식하는 일이 적어졌다. 다짐을 했던 일도 지키는 경우가 많다. 친한 회사 사람들과 1박 2일 야영을 하였고, 출퇴근 버스 안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책을 읽고 있으며, 딸과 함께 야구장을 열심히 다니고 있고, 또 오늘 매실주를 담갔다. 솔직히 올해 자신과 약속한 것 중에는 지리산 등반만이 남았다. 사실 봄에 하려고 했었는데, 지키지는 못했다. 하지만 오늘 또 다짐해야지. 올해 가을에는 반드시 할거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니까.
하지만 또 생각하면 아직도 남을 또는 결과를 의식해서 못하는 일들이 많다. 혼자 등산 가는 것은 아직도 큰 다짐을 해야만 하고, 버스 안에서 책의 제목을 다른 사람이 볼 것 같아 신경 쓰이고, 야구장에 응원 깃발을 가지고 가면 남들이 쳐다보며 웃는 것 같아서 영 불편하다. 분명한 것은 하지 못했던 일을 하나씩 해낼 때마다 행복해짐을 느끼는 것이다. 다음 주 야구장에 갈 때는 꼭 응원 깃발을 가져가야지. 이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고, 딸이 원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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