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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25일 일요일

철학 삶을 만나다 - 강신주 (2006)

최근에 읽은 책들은 주로 자기계발, 경영, 마케팅 등에 관한 것들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철학"이라는 주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철학에 대한 입문서를 읽었습니다.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개인적으로도 나이가 들고 직급이 올라갈 수록 절실하게 인문학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하지만 공대를 졸업한 엔지니어로서 독서와 멀리 살아오다 보니, 다양한 주제의 유명한 인문학 관련 책들 조차 거의 접하지를 못해왔습니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관련된 책을 많이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습니다.

이 책의 키워드는 제목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철학과 삶입니다. 작가는 철학이 삶과 만나 서로 사랑하며 함께 지내야 한다고 알려줍니다. 하지만 현실은 철학과 삶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 사랑했었다는 과거에 대한 기억도 잊혀지고 있다고 안타까워 합니다. 이렇게 시작되는 철학과 삶에 대한 이야기는 먼저 철학적 사유 및 가정, 국가, 자본주의라는 익숙한 삶에 대한 설명을 "삶을 위한 철학적 성찰"이라는 주제로 마무리됩니다.

철학적 사유에 대한 설명에서 기억에 남는 말은 "철학은 익숙한 것들과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다"입니다. 살아가는 과정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들에 대해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다시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그리고 그 생각을 이성에 근거하여 논리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말로는 '반시대적'이란 공동체의 일반성  (generality)을 넘어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성 (universaliry)을 지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철학이라고 설명해줍니다.

가정, 국가, 자본주의에 대한 철학을 논하면서 책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집니다. 필자는 이들과 관련해서는 철학이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였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가정과 사랑은, 특히 어머니라는 존재는 철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것이 존재한다고 공감하게 됩니다. 반면에 국가와 자본주의에 대해서는 불완전함에 따른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개개인들이 그러한 불완전함을 채워가야 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공동체적인 질서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작가는 철학과 가까와지는 과정을 산으로 비유를 합니다. 공감이 가고 이 과정을 통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대로 옮겨봅니다. "철학자들이 주는 조망은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철학자들을 온전히 평가하기 위해서, 우리는 그들이 올랐던 봉우리에 직접 올라가보아야만 합니다. 그들이 만들어준 조망이 마음에 들고 안 들고의 여부는 전적으로 우리의 삶과 사유에 달려 있는 셈입니다. 주위에서 칭성이 자자한 철학자도 분명 있습니다. 이 철학자를 제대로 알면 우리의 삶을 잘 조망할 수 있는 시선을 얻게 된다고 사람들이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여러분 스스로가 그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그를 직접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철학자가 보앗던 것을 직접 한번 살펴보기 바랍니다. 만약 그의 조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서둘러 내려오면 됩니다."

삶을 위한 철학적 성찰에서는 마음의 고통을 줄이고 즐거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불교적 성찰과 타자와의 관계에 대해 설명해줍니다.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삶에서 행복을 찾아내기 위해 철학이 삶과 만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나온 여러 유명한 철학자들의 이름과 그들의 철학이 주는 키워드를 한 번 정리해보겠습니다. 철학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많이 알지는 못해도 이 정도만 기억해도 남앞에서 "우쭐"하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조금이라도 생기지 않을까요? 물론 우쭐함보다는 나의 자유롭고 체계적인 사고를 위해서도 기억해볼만한 가치가 있을 겁니다.
  • 플라톤 (BC 428~348) - 이데아, 서양철학의 아버지 - 변화하는 질료와 불편하는 이데아라는 두 가지 계기를 도입, 육체와 정신, 현세와 피안을 구분하는 서양철학사의 주류 전통이 여기서 유래함.
  • 아리스토텔레스 (BC 384~322) - 경험의 다양성,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 - 형상이란 경험되는 대상의 구성원리이기 때문에, 경험 대상이 소멸하면 같이 소멸한다.
  • 에피쿠로스 (BC 341~270) - 진리, 자연, 삶에 대한 철학적 성찰
  • 데카르트 (1596~1650) - 방법론적 회의
  • 스피노자 (1633~1677) - 파괴적인 자연주의 철학 - 의식의 독립성, 선의 절대성, 신의 인격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 루소 (1712~1778) -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자연주의자
  • 칸트 (1724~1804) - 경험을 강조했던 경험론적 전통과 이성을 강조했던 합리론적 전통을 비판적으로 종합
  • 헤겔 (1770~1831) - 역사성, 혹은 시간성을 도입 - 개인이나 사회도 절대정신의 자기 전개 과정, 즉 변증법적 과정의 결과물이라고 이해했다.
  • 에른스트 캅 (1808~1896) - 기술 문명에 대한 비판적 성찰 - 자본주의 발전으로 야기된 기술 문명에 대해 최초로 진지하게 성찰
  • 키르케고르 (1813~1855)  - 인간 실존의 단독성
  • 맑스 (1818~1883) - 프랑스 사회주의 철학, 영국의 경제학, 독일의 헤겔 좌파 철학을 비판적으로 아우르면서 자신만의 사유를 전개
  • 니체 (1844~1900) - 비판철학자 - 칸트의 비판철학이 철저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이성과 도덕이라는 서양 학문의 양대 축을 계보학적 방법론으로 해체하려 하였다.
  • 프로이트 (1856~1939) - 정신분석학 - 정신병이 정신 자체의 고유한 메커니즘으로부터 유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 베르그손 (1859~1941) - 당대 자연과학의 업적을 비판적으로 섭취하여 거대한 생명과 생성의 형이상학을 완성
  • 카프카 (1883~1924) - 인간의 삶에 대한 비관적인 통찰
  • 하이데거 (1889~1976) - 의식의 지향성 - 인간에게 있어서 무엇인가를 지향하고 있는 의식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의 친숙한 관계가 와해될 때에만 출한하는 것이다.
  • 알튀세르 (1918~1990) - 맑스의 사유에 '철학'을 부여, 반목적론적 변증법
  • 들뢰즈 (1925~1995) - 철학적 사유 - 철학의 목적은 주어진 것들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개념을 창조함으로써 시대를 극복하는데 있다.
  • 데리다 (1930~2004) - 전통 서양 철학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판자, 해체주의 철학
  • 바디우 (1937~) - 철학의 역할은 수학, 시, 정치, 그리고 사랑이라는 네 가지 과정이 생산해낸 진리가 소통될 수 있는 통일된 개념적 공간을 제시하는 것이다.
  • 노자 (미상) - "도"를 인식하면 인간이 세계 속에서 갈등과 대립없이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주장
  • 장자 (BC369?~286?) - 인간의 삶이 타자와 마주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통찰
  • 순자 (BC 313? ~238?) - 성악설, 위대한 자연주의 철학자
  • 동중서 (BC 176~104) - 천인감응설
  • 왕충 (27~100) - 자연주의 철학 - 일체의 종교적이고 신비적인 사유를 공격했다.
  • 왕필 (226~249) - 뿌리와 가지라는 비유로 설명되는 본말의 형이상학

2010년 7월 10일 토요일

텅빈 충만 - 법정 (2001, 개정판)

저에게는 세 권째로 법정 스님의 책을 읽었습니다. 제목이 참으로 멋집니다. "텅 빈 충만". 이 제목을 들으면 역설법 (逆說法)으로 생각되지만, 법정 스님의 글을 보면 진정으로 텅빈 충만을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빈방에 홀로 앉아 있으면 모든 것이 넉넉하고 충분하다. 텅 비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가득 찼을 때보다도 더 충만하다." 텅 빈 충만은 고사하고 있는 것에라도 만족하고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번 책을 읽고나서는 앞의 두 권의 책을 읽은 후와는 좀 다른 느낌을 가졌습니다. 아마 "역사는 되풀이되는가" 편의 현실 정치에 대한 글들 때문일 겁니다. 전에 읽었던 책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현실사회에 대한 강한 비평에는 기억 속에서 거의 사라져간 제5공화국, 대통령 직선제, 청문회 등의 말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현실참여와는 거리가 있었던 저의 대학생활이 생각나며 또 한번의 반성을 하게 되었고, 상황을 바로보고 바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이러한 다짐을 현실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마도 독서하는 습관일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책을 읽는 습관을 가진 것에 다시한 번 감사하고 좋은 습관을 지켜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책의 곳곳에 평소에 가장 존경하는 분으로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마하트마 간디에 대한 말씀이 들어 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보았던 영화 '간디'를 보고 난 후의 느낌이 새삼스럽게 떠오릅니다. 학교 시험이 끝난 후 친구와 몇 개 영화를 놓고 저울질하다가 무슨 이유에선지 간디를 선택하였고, 영화를 보고 나온 후 받은 감동과 함께 간디를 선택했다는 사실에 마음 속에서 제 자신을 너무 기특해 했었습니다. 그때 본 영화를 꼭 다시 구해서 봐야겠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가슴에 와 닿는 좋은 구절을 읽었을 때, 책을 읽은 후 한번 더 마음에 새기고자 표시를 해 두었습니다. 표시된 부분을 아래에 다시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런 나무의 그늘에 견줄 때 우리들 사람의 그늘은 얼마나 엷고 빈약한가. 사람의 그늘은 덕인데, 눈앞의 사소한 이해타산에 걸려 덕의 그늘을 펼칠 줄 모른다. - 나무 아래서 무심을 익히다

그러니 사람은 살아 있을 때 사람 노릇을 해야 한다. 서로 믿고 의지하고 돕고 사랑하는 일이 인간의 길 아니겠는가. 너무 비관할 것 없다. 그렇다고 자만도 금물이다. 그저 사람 노릇 잘하면 사람이 된다. - 연기와 재를 보면서

과속은 무감각 상태를 가져온다. 그것은 맹목적인 행동과 같다. 너무 조급히 서둘다보면 조그만 일에서 오는 삶의 잔잔한 기쁨과 고마움을 놓치기 쉽다. 등산의 기쁨은 산을 오르는 일에 못지않게 산을 이만치서 바라보는 여유에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우리는 너무 서두른다

빈방에 홀로 앉아 있으면  모든 것이 넉넉하고 충분하다. 텅 비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가득 찼을 때보다도 더 충만하다. - 텅 빈 충만

자연은 이렇듯 우리에게 많은 선물을 무상으로 열어 보이고 있는데, 일상에 찌든 사람들은 그런 선물을 받아들일 줄을 모든다. 받아들이기는 그만두고 얼마나 많이 허물며 더럽히고 있는가. 받아들이려면 먼저 입을 다물어야 한다. 그리고 귀를 기울이며 지켜보아야 한다. - 입 다물고 귀를 기울이라

구만리 푸른 하늘에 (萬里靑天)               구름 일고 비 내리네 (雲起雨來)
빈 산에 사람 그림자 없이 (空山無人)     물 흐르고 꽃이 피더라 (水流花開) - 수류화개실 여담

말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지만, 천 사람 만 사람의 귀로 들어간다. 생각대로 불쑥불쑥 나오려는 말을 안으로 꿀꺽꿀꺽 삭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어리석음이 지혜로 바뀐다. - 불란서 여배우

단 한두 가지라도 좋으니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원을 세운다면, 시들한 일상이 새로운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원 자체가 마침내 우리를 건져줄 것이다. 당신은 무슨 원을 세우고 사는가? - 큰마음

당연히 해야 할 의무나 '이웃의 도리'를 가지고도 우쭐거리거나 생색을 내려고 한다. 조그마한 공덕을 가지고 그 몇 곱을 드러내놓으려고 한다. 또 복을 받으려고만 하지 지으려는 일에는 소홀하다. - 복의 힘

때가 지나도 떨어질 줄 모르고 매달려 있는 잎은 보기가 민망스럽다. 때가 되면 미련 없이 산뜻하게 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빈자리에서 새봄의 움이 틀 것이다. - 가랑이 구르는 소리

"절망에 빠질 때마다 나는 역사적으로 어느 시대에서나 진리와 사랑이 항상 승리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마하트마 간디) - 누가 이 땅의 주인인가

2010년 7월 7일 수요일

콘트라베이스 (The Double Bass) - 파트리크 쥐스킨트 (Patrick Suskind, 1987)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1976), "비둘기" (1988), "좀머씨 이야기" (1991) 등의 소설로 유명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희곡인 콘트라베이스입니다. 유명한 작가의 유명한 책으로 많은 서평이 인터넷에 올라와 있습니다. 작가의 이름은 잘 몰랐지만, 작가의 소설들은 어디선가 한 번씩은 들어본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유명했죠.어두침침한 분위기에서 향수에만 미친 남자, 그루누이의 이야기입니다. 영화를 먼저 접했던 저에게는 이 "콘트라베이스"도 비슷한 분위기를 가졌을 거라는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전혀 달랐습니다. 주인공인 오케스트라의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는 바로 우리 옆에 항상 존재하는 일반적인 직장인이었습니다. 그는 1) 자신이 연주하는 콘트라베이스가 다른 오케스트라 악기들 중에 월등하게 중요한 악기라고 생각하고, 2) 중요한 만큼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을 불평하고, 3) 자신이 콘트라베이스를 가장 잘 연주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4) 자신보다 월등한 위대한 음악가들을 자신의 잦대로 평가하고, 5) 때로는 자신이 선택한 직업을 후회하고, 6) 부모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7) 직장 동료를 멀리서 좋아하지만, 8)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으로 고백하지 못하고, 9) 언젠가는 최고의 위치에 올라갈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있고, 10) 자신이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오케스트라의 구조적인 문제에 있으며, 11) 때로는 자신의 콘트라베이스를 박살내고 싶은 그런 사람인 것 같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말 그대로 타성 (惰性)에 젖은 생활을 지속하게 됩니다. 하루하루 바쁘게 일상적인 업무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1주일, 한달 쉽게 지나갑니다. 어느덧 벌써 2010년도 반을 넘어서 7월이 되었습니다. 그저 소시민적인 삶에 만족하는 것이 행복인 것 같다가도, 노력하지 않는 내 모습에 실망하고, 미래를 걱정하고 하게 됩니다. 아마 3-40대 직장인들은 비슷한 생각이 많을 것 같습니다.

올해의 가졌던 작은 목표들은 몇 가지 이루었지만 가장 큰 목표였던 RICS Membership은 좀더 미루어야 할 것 같습니다. 목표를 못 이루었다고 불평하지는 말고 착실히 한 가지씩 더 준비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