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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2일 월요일

the dip - Seth Godin (2007)

세스 고딘의 2007년 작 the dip을 읽었습니다. 102 페이지의 아주 짧고 그 크기도 작은 책이지만 참 기발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사전에 있는 dip이라는 단어의 뜻은 "급강하, 물가의 하락"입니다만 여기에는 "(상승 전의) 급강하, 물가의 (일시적인) 하락"이라는 숨은 뜻이 있습니다. 세스 고딘은 이 딥을 책에서 "어떤 일의 시작과 그것에 숙달되는 지점 사이에 놓인 길고 지루한 과정"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딥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딥이야말로 성공의 비밀이기 때문입니다. 딥을 헤쳐 나가기로 작정한 사람들, 그리고 딥을 통과하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와 노력을 투자하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최고가 되는 것입니다.

책의 시작은 우리가 흔히 기억하고 있는 명언과 반대되는 내용으로 시작됩니다. "포기하는 자는 결코 승리하지 못하며, 승리하는 자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빈스 롬바르디의 명언을 잘못된 충고라고 단정하고, 잘못된 일은 포기하고 제대로 된 일에는 끝까지 매달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포기에 관한 저자의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학교가 저지른 최대의 실수"입니다. 작가는 학교에서 배운 것들 중에 잘못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고 단정하고는 "골고루 다 잘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라는 것이 가장 잘못된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일단 다음 문제로 넘어가 거기에 집중해라."라는 말도 세상에서 최고라고 알려진 사람들은 모르는 문제를 파고들어 풀어내는 것에 전문인 사람들이라고 하며 잘못된 충고라고 합니다.

아주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학교에서는 모든 과목을 같은 비율로 채점하여 평균으로 등수를 정합니다. 즉 나도 모르게 평균 점수가 중요한 것으로 새겨집니다. 하지만 당연히 모든 것을 골고루 적당히 잘 하는 사람보다는 한 가지라도 전문가인 사람들이 사회에서는 성공하게 됩니다. 더구나 그 전문가들의 전문 분야들은 절대로 학교에서 배운 분야들과 대응되지 않습니다. 오마에 겐이치의 학교 교육에 대한 비판도 같은 맥락입니다. 과거의 사회에 적합한 비슷한 자원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에 대한 비판말입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이러한 잘못된 교육의 피해자들이 아닐까요?

책의 중간 쯤에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세일즈맨들은 평균적으로 가망 고객과 다섯 번 접촉한 후에 포기한다고 합니다. 다섯 번 접촉한 후 세일즈맨들은 자신이나 고객 모두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포기하고는 다른 고객을 찾아 나서게 된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이 연구는 고객 중 80%가 일곱 번째 판매 시도에 결국 굴복하여 물건을 사고 만다는 결과도 보여줍니다. 겉으로만 보면 세일즈맨들의 끈기가 부족한 듯 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세일즈맨들이 조금만 더 버티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오히려 거래처 명부의 80%가 습관적으로 얼굴만 비치는 가망 고객들로 채워져 있다면, 이는 도약의 기회가 될 법한 나머지 20%에 쏟을 수 있는 에너지를 도둑맞는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즉 가망없는 부분들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오로지 유효한 전략만이 딥을 뚫고 나갈 수 있는 방법인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결국 책의 주제는 포기와 집중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효하지 않은, 불필요한 부분은 미련없이 포기하고 모든 자원을 유효한 전략으로 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그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본문의 마지막에 세계 최고라고 불릴만한 기업, 브랜드, 음식점 등이 길게 나열됩니다. 하지만 세계최고는 아무나 시도할 수조차 없는 것이겠죠. 주위는 그저 하나의 조직에 함께 묻어가는 것조차 쉽지 않은 현실이 되어 있습니다.

최근에 세스 고딘의 책을 한 권 더 읽고 있습니다. 1995년에 발행된 비교적 오래된 책입니다. 믹구 전역의 약 2만 명의 중간관리자와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정리한 책으로, 설문조사의 내용은 "회사를 성공으로 이끄는 직원들의 요소들은?", "우수한 인재를 평범한 인재와 구별시켜주는 요소는?"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미덕들은 무엇인가?" 등입니다. 이 책에서 밝히는 26 가지의 덕목 중에는 "끈기 - 한 번에 한 걸음씩! 정상에 오를 때까지 멈추지 마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론 "끈기" 역시 성공을 위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오힉려 이 책조차도 작가의 아디디어로 쓰여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디어"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성공의 요소가 아닐까 합니다.

독자들의 가장 큰 요구는 "짧게 써달라"였다는 설명으로 또다시 작가의 아이디어에 놀라게 됩니다.